30년 '보수 독점' 끊어낸 강릉…'보수 텃밭' 강원 동해안 민심도 '변화'

당선이 확정되자 가족,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중남 강릉시장 당선인. 전영래 기자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인 강원 동해안 정치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동해안 6개 시·군 중 4곳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시장·군수에 당선되면서 지난 2022년 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5곳을 휩쓸었던 것과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등 지역 정치지형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선거인 만큼 현 정부에도 힘이 실리면서 민주당 체제가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개표결과 강릉시장과 동해시장, 고성군수와 양양군수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고, 속초시장과 삼척시장은 현직 국민의힘 후보들이 수성했다.

강릉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중남 후보가 51.19%(5만 8350표)를 얻어 42.53%(4만 8478표)에 그친 현직 국민의힘 김홍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로써 강릉시장 선거는 민선 지방자치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 진영 후보가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3일 개표장이 마련된 가톨릭관동대 체육관에서 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

강릉은 지난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민주자유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국민의힘 후보가 연이어 당선되는 등 30년 넘게 보수정당이 독점했다. 현재 수감 중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역시 강릉에서 5선을 수성하면서 '강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12·3 내란 사태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과 지난해 최악의 가뭄 사태를 겪으면서 민심의 변화가 감지됐다. 실제로 선거 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중남 후보와 정당 지지율이 줄곧 우위를 보이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어졌고, 개표 결과 변화된 민심이 현실로 나타났다.

김 당선인은 "이번 선거는 기존 강릉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이자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시정을 맡겨보자는 시민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민이 주인인 강릉, 청년이 돌아오는 강릉, 동해안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강릉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기와 함께 민주당 바람이 분 것을 비롯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부재, 지난해 이어진 최악의 가뭄에 대한 당시 김홍규 시장의 대응, 선거 기간 불거진 체육회장의 선거 개입 의혹 등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선이 확정되자 가족, 지지자 등과 환호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정학 동해시장 당선인. 이 당선인 측 제공

동해시장 선거도 민선 이후 30년 만에 지역 정권교체를 이뤄내면서 새 역사를 썼다.

개표 결과 민주당 이정학 후보가 51.62%(2만 3294표)의 득표율을 얻어 44.89%(2만 826표)에 그친 국힘 김기하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개혁신당 김홍수 후보는 3.48%(1618표)를 기록했다.

현직 시장의 3선 연임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동해시장 선거는 그동안 도내 언론사 등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접전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이 후보가 끝까지 뒷심을 발휘하면서 민선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로 시장에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당선인은 "이번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위대한 시민의 승리다. 새로운 동해시는 시민이 주인이 되는 도시로, 시민들의 생각과 아이디어에 기반해 새로운 동해시를 설계하겠다"며 "30년간 고이고 정체된 동해시를 바꿔야 한다는 시민들의 절절한 염원이 하늘에 닿은 것으로, 더 큰 동해, 더 안전한 동해, 더 행복한 동해, 미래가 기대되는 동해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당선이 확정된 후 가족, 지지자 등과 환호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함명준 고성군수 당선인. 함 당선인 측 제공

고성군수 선거는 현직인 민주당 함명준 후보가 지역 최초로 '3선' 고지를 밟았다.

개표 결과 함 후보는 54.67%(9242)의 득표율을 얻어 45.32%(7660표)에 그친 국힘 박효동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함 후보는 선거 기간 도내 언론사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줄곧 20% 이상 차이를 보였고, 개표가 시작된 이후에도 끝까지 박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며 3선 군수에 무난히 등극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현직 프리미엄과 함께 민주당 프리미엄까지 더해진데다 '평화경제특구 1호 지정', '고성형 에너지 연금', '체류형 관광 산업의 완성' 등 현실성 있는 공약으로 파고들면서 군민들의 표심을 얻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함 당선인은 "정말 감사드린다. 지난 임기 동안 다져온 기반 위에 앞으로의 4년은 '결과로 증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당선의 기쁨은 전력 질주를 위한 다짐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중 양양군수 후보가 가족과 당선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 후보 캠프 제공

양양군수 선거에서도 민주당 김정중 후보가 당선됐다.

개표 결과 김정중 후보가 50.52%(9029표)의 득표율을 얻어 46.24%(8262표)을 그친 국민의힘 김호열 후보를 따돌리며 승리했다. 무소속 고제철 후보는 3.22%(576표)를 기록했다.

현직 군수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함께 3선 연임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양양군수 선거는 그동안 도내 언론사 등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우위를 보여왔다. 두 후보 모두 마지막까지 뒷심을 발휘했지만, 김 후보가 끝까지 추격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지역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김 당선인은 "주민들을 만나며 양양의 발전에 대한 부분들을 마음에 새기면서 뛰어다녔고, 그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당 후보로서 더 많은 지역 발전을 견인하라는 그런 뜻이라고 생각한다. 군민들과 함께 더 좋은 양야, 행복한 양양을 꼭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당선이 확정되자 가족, 지지자 등과 환호하고 있는 국민의힘 이병선 속초시장 당선인. 이 당선인 측 제공

전·현직 시장의 8년 만의 '리턴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속초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이병선 후보가 대역전승을 거두는 뒷심을 발휘했다.

개표 결과 이 후보는 50.80%(2만 2040표)의 득표율을 얻어 42.11%(1만 6109표)에 그친 민주당 김철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무소속 염하나 후보는 5.31%(2307표)의 득표율을 보였다.

속초시장 선거는 전·현직 시장의 8년 만의 '리턴매치'로 관심을 모았다. 앞서 지난 2018년에는 김 후보가 이 후보를 누르며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이어 2022년에는 이 후보가 민주당 주대하 후보를 누르고 다시 시장직을 탈환했다.

이후 이번 선거에서 다시 민주당 공천을 받아 본선에 진출한 김 후보와 '리턴매치' 성사되면서 선거 기간 내내 각종 토론회와 SNS 등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였고, 후보간 고발까지 나오면서 난타전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 후보는 도내 언론사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다소 큰 차이로 열세를 보였다. 개표 이후에도 중반부까지 뒤졌지만 막판 대역전에 성공해 8년 전 패배를 설욕하면서 민선 6기와 8기에 이어 민선 9기에도 시정을 이어가게 됐다. 지역 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승리 요인으로 '행정의 연속성' 강조와 함께 민생회복지원금 지금 등 민생 공약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당선인은 "이번 승리는 중단 없는 발전과 더 큰 도약을 열망하신 위대한 속초시민 모두의 승리다. 민생과 화합으로 '미래 100년 속초'를 열겠다.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실천과 성과로 증명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당선이 확정된 후 가족, 지지자 등과 환호하고 있는 국민의힘 박상수 삼척시장 당선인. 박 당선인 측 제공

삼척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박상수 후보가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다.

개표 결과 박 후보가 55.45%(2만 390표)의 득표율을 얻어 40.11%(1만 4749표)에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이정훈 후보를 크게 앞서며 당선됐다. 개혁신당 김형우 후보는 4.42%(1628표)를 얻었다.

박 후보는 선거 기간 도내 언론사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줄곧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개표 이후 이 후보와 근소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지만 갈수록 격차를 벌리면서 민선 8기에 이어 재선에 성공했다.

박 당선인은 "오늘의 승리는 박상수의 승리가 아니라, 중단 없는 삼척 발전을 염원한 위대한 삼척 시민 모두의 승리"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선거 과정에서 주신 시민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목소리를 모두 가슴에 새기겠다"며 "저를 지지해 주신 분들은 물론, 다른 후보를 지지하셨던 시민분들의 뜻도 깊이 헤아려 오직 삼척의 발전과 시민의 행복만을 바라보고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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