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19곳, 국민의힘이 12곳을 확보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세한 흐름을 보인 것과 달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양당 간 경쟁이 지역별로 엇갈린 양상을 나타냈다.
특히 민주당은 경기도의원 선거에서 전체 167석 중 144석을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두고도 용인·성남·안산 등 주요 대도시 단체장 자리를 야당에 헌납했다. '대통령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운 민주당 지도부의 안이한 공천 실책과 유권자들이 광역과 기초 행정을 분리해 투표하는 '교차 투표' 성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대통령 마케팅'의 한계…용인 '정치 신인' 현근택의 본선 패배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의 개표 결과를 보면 가장 뚜렷한 교차 투표가 발생한 곳은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의 핵심인 용인특례시다. 국민의힘 이상일 시장은 '반도체 국가산단 유치' 등 지역 현안 성과를 내세워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정원영 전 용인시정연구원장, 정춘숙 전 국회의원과의 3자 경선에서 승리한 현근택 변호사를 공천했다. 현 변호사는 중앙 무대 인지도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권리당원 50% 반영 룰'과 '정치 신인 가산점(최대 20~25%)'의 수혜를 입어 당심을 잡았다.
그러나 광역 선거를 지배한 '대통령 마케팅'의 효용은 기초단체장 선거구에서 멈췄다. 행정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이라는 약점은 본선에서 한계로 작용했다. 중앙 정치식 세 대결 위주의 경선 룰이 지역 밀착도와 행정 역량 검증이라는 지역 선거의 본질을 가리면서 결국 현직 이상일 시장의 성과론과 조직력을 뚫지 못했다.
'현역 프리미엄' 장벽…경기 남부 대도시 벨트 헌납
민주당이 확보하지 못한 12곳 중 상당수는 국민의힘 현역 단체장들의 견고한 인지도와 지역 현안 성과가 귀결된 결과다.
성남시와 안산시 등 대도시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현직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재개발 규제 완화 성과를, 이민근 안산시장은 도심 재건축 등 촘촘한 바닥 행정을 앞세워 현역 프리미엄을 입증했다.
의왕시와 하남시 역시 행정 경험과 인지도를 갖춘 현역 단체장이 우위를 보이며 민주당 후보들이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늑장 공천' 내홍과 감동 없는 '올드보이 재탕'
공천 지연과 전직 단체장 재출마 공천이 이어지면서 조직 결집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나왔다.
포천시와 동두천시에서는 후보 등록 직전인 5월 중순까지 공천을 미루는 '늑장 공천'이 발목을 잡았다. 경선 후유증 수습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지면서 결국 국민의힘 백영현(포천), 박형덕(동두천) 현 시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과천시, 여주시, 연천군에서는 인물 쇄신 대신 낙선했던 민선 7기 전직 단체장들을 다시 등판시켰지만 오히려 유권자층의 피로감을 자극하며 국민의힘 신계용(과천), 이충우(여주), 김덕현(연천) 후보의 수성 구도를 깨지 못했다. 가평(서태원)과 양평(전진선) 등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여대야소 도정의 시험대…추미애 신임 지사의 아킬레스건 될 듯
이번 '19 대 12'의 결과표는 향후 민선 9기 경기도정의 향방과 여권 권력 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추미애 신임 지사의 도정 장악력은 초기부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경기 남부의 경제 엔진인 용인·성남·안산을 비롯해 주요 대도시 12곳을 국민의힘에 내어주면서 광역 단체와 기초 단체 간의 정책 엇박자가 우려된다.
추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광역 교통망 확충과 반도체 벨트 고도화 등은 해당 지자체장들의 협조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도정 초기부터 험난한 여대야소 형국의 협치 구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실 공천 결과표…지도부 책임론과 공천 구조 개편 요구 확산 전망
민주당이 도의회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핵심 지역을 다수 내주면서 '지지 않았지만 이기지 못한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선인 숫자만 놓고 보면 과반을 점한 판정승이지만 지지층의 심리적 기준점인 문재인 정부 시절 치러진 제7회 지선(민주당 29석, 자유한국당 2석) 결과에는 한참 떨어져 있다.
'대통령 마케팅'에만 기대는 부실한 지방선거 공천 구조를 방치한 현 지도부를 향한 인적 쇄신과 경선 규칙 전면 개정 요구가 거세게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민심이 던진 '교차 투표'의 경고장을 여당이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차기 정치 지형의 성패도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