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4일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에 이은 지역별 차등요금제로 산업계의 전기료 부담을 추가 완화할 방침을 시사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과정에서 산업계의 탈탄소전환을 이끌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추진전략 확정·발표 시점은 당초 이달 말을 목표했지만, 하반기로 넘어가게 됐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전기료 인상 요인 아직 없어…산업용 전기료 더 낮출 필요"
김 장관은 현재 기후부가 추진 중인 전기료 개편 방향과 관련해 "지난 정부에서 산업용(을) 요금만 대폭 올리면서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상태라 바로 잡아야 할 요소가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을 좀 더 하향 안정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태양광이 풍부한 낮시간대 전기료를 깎아주는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이 지난 4월 16일부터 시행돼 계약전력이 300kW 이상인 산업용(을) 대형 사업장 일부에선 상대적으로 전기료 인하 혜택을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부는 제도 시행 전 365일 24시간 전력 소비가 일정한 사업장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약 1.0원 하락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제도를 시행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어 평가를 좀 해보려고 한다"며 "낮 시간에 공장을 돌리는 기업은 조금 이익을 봤을 수 있지만, 여전히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나 제철소 등은 크게 (인하) 혜택을 보지 않은 곳이 있어 그런 곳엔 지역별요금제가 적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전력을 주로 지방에서 대량으로 생산해 수도권 소비처로 송·배전하는 체계를 감안해 생산지인 지방 전기료를 낮추고 수도권 부담을 높이는 제도다. 계절시간대별 요금제가 일부 사용처를 대상으로 운영해온 제도라면,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처음 도입하는 제도가 돼 변화 체감 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이르면 하반기 중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련해 김 장관은 "큰 차원에서 제도설계는 내부적으로 했고 부처 협의도 거쳐야 하는데, 이후 공청회를 통해 국민의견 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전망 비용, 전력 자립도, 국가균형발전 3요소를 고려해 전력요금에 적정 반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정용 전기료는 인상 여부가 관심사다. 산업용 전기료가 지난 3년간 크게 올라 추가 인상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와 신규 전력망 건설에 더해, 중동전쟁 장기화로 결국은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기 추가로 쌓인 부채도 해소하지 못했다.
다만 김 장관은 아직 전반적인 전기료 인상 요인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전기요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스가격 대책을 제대로 못 세우는 바람에 1일 전기요금에 해당하는 SMP(계통한계가격) 킬로와트(kW)당 요금이 190~200원을 넘어가 전기료 부담과 한전 적자로 이어진 적이 있다"면서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평균 SMP(계통한계가격) 가격이 146원까지 오르면 한전이 다시 적자로 전환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현재 120원대로 그제는 126원이었고, 연초엔 100~110원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 초기 선물시장에서 비싸게 구입한 가스가 영향을 미치는 시점이 있을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때 상황을 반복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전력당국이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가격통제제도인 SMP 상한제 재도입 가능성에 대해선 "당시 SMP 가격이 너무 높아서 그 가격차로 특별히 이익을 본 민간가스업체가 있었다"며 "적정 이익을 보장하되 과도한 이익은 보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스가격 폭등이 곧바로 한전 적자와 국민 부담으로 가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K-GX 전략 이달 발표 무산…탄소중립기본법 개정 연내 마무리
K-GX 추진단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과 민간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단장을 맡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후부는 추진단 간사로서 전략을 설계 중이다.
김 장관은 "당초 6월 말 정도에 안을 확정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여러 여건상 한 달 정도 전후로 조금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이 어느 정도로 투입되는 게 맞는지, 우리가 어디까지 변화를 할 수 있는지 하는 부분에서 민관이 검토 단계에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2024년 8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올해 2월 28일까지였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 시한이 도과한 채 국회 개정 논의가 무산된 데 대해서는 "여야간, 정부 부처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상반기 국회가 끝나 기한을 지키지 못했지만, 하반기 원이 구성되면 올해 정기국회 전후로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의 핵심은 2050 탄소중립(순배출=0) 과정에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겠다고 규정한 8조 1항에 '2031~2049년 감축목표'를 명시하는 것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정부 2035년 NDC가 2018년 대비 53~61%로 정해진 점을 들어, "2040년 목표, 2045년 목표도 범위 방식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헌재의 취지를 고려하면 소위 선형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세대에게 감축 부담을 전가해선 안 된다는 헌재 판결 취지를 고려해 보다 야심찬 감축 목표가 법률에 담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 장관은 "가장 강력한 목표치도 함께 제안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비상한 시기에 여러 여건 때문에 목표를 지키지 못할 경우에 대한 내용을 법에 담을지 말지가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런 부분이 최종적으로 검토되고 있고, 여야 합의와 부처 합의 등을 거쳐서 올해 중에 마무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10월부터 본격화하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배상 전환과 관련해선 "현재까지 (피해 신청이) 확인된 것만 8천여 명이고, 그(배상) 대상자로 인정된 분이 6천여 명 정도 되는데 이미 사망하신 분도 있고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는 분도 있다"면서, 이 가운데 적절한 보상 규모와 인과관계 판단에 따른 피해 인정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코로나 백신 때와도 유사한데, 의료계에서는 인과관계를 꽤 엄격하게 보고 있는데, 결국 배상 과정에서의 등급 문제와 관련돼 제일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심의 과정에서 (대상자 중) 빠져 있는 분들은 다시 한번 심사를 받으실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 기준에 들어오지 못한 분은 법률적으로 조력해드리는 쪽으로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전히 원료를 생산했던 기업과, 제품을 만들었던 기업의 배상 총액 및 책임성 문제도 남아 있는 대목"이라며 "조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