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노동 그만뒀지만…'낭만러너' 심진석이 안전화 못 벗은 이유[페이스메이커]

[러닝 고수를 찾아서…'낭만러너' 심진석①]
빠르게 달라진 심진석의 삶
유튜브 공개 후 얻은 유명세…안전화 신고 10㎞ 넘게 뛰며 출퇴근
건설 현장 비계공으로서 인생 끝…운동에 전념
심진석의 어린 시절 꿈은?…달리기 재능은 고등학교 때 발견
목표는 부상·사고 없이 오래오래 달리기…"가족도 잘 챙기고 싶다"

'낭만러너 심진석' 유튜브 캡처·이우섭 기자

'낭만러너' 심진석에게 2025년은 인생이 바뀐 한 해였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입상하며 러너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도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자신이 일하는 건설 현장까지 안전화를 신고 뛰어 출근하는 모습은 많은 러너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는 안전화를 신은 건설 현장 속 비계공이 아니다. 러닝화로 갈아 신고 마라톤 선수 생활에 전념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안전화를 신고 훈련한다고 귀띔했다. 심진석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근황을 전했다.
 
"작년 후반기에 건설 현장 업체와 계약이 끝났어요. 부모님께서도 '현장 일하면서 마라톤까지 하면 몸이 너무 힘들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죠."

고민 끝에 심진석은 안전화를 벗기로 결심했다. 전국마라톤협회(전마협)와 연이 닿았고, 현재는 전마협 소속 직원이자 선수로 생활 중이다. 회사 숙소에서 지내며 마음 놓고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부모님께서 더 나은 직장을 찾아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현재는 전마협에서 근무하며 케냐 선수들과 훈련도 해요. 마라톤을 더 오래 하기 위한 결정입니다."


심진석은 현재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전국마라톤협회 직원 겸 선수로 활동 중이다. 이우섭 기자

당연히 건설 현장에서 일할 때보다 몸은 편해졌다. 하지만 심진석에게 비계공 시절 생활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유튜브 영상이 공개됐을 당시 많은 러너는 충격에 빠졌다. 꼭두새벽부터 안전화를 신고 약 10㎞를 뛰어 건설 현장으로 출근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게다가 러닝화는커녕 어떠한 장비도 없이 묵묵하게 달리는 모습에 '낭만러너'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심진석은 당시를 떠올리며 흐뭇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때의 낭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힘든 시기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현장에서 무거운 자재를 계속 들고 나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훈련이 됐어요. 일도 하고 운동도 하니 오히려 일석이조였죠."

물론 현재 생활에도 만족 중이다. 다른 걱정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마라톤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출퇴근과 일을 병행해야 했어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회사 숙소에서 지내다 보니 출퇴근 부담이 없어요.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져서 좋아요."

이날도 심진석은 20㎞ 이상을 달린 후 인터뷰에 임했다. 평소에는 오전, 저녁에 한 번씩 운동을 한다.

집에서 건설 현장까지 안전화를 신고 뛰어 출근하던 과거 심진석(왼쪽)과 러닝화를 신은 현재 심진석. 유튜브 '낭만러너 심진석' 캡처·이우섭 기자

많은 환경이 바뀌었어도 유독 고집하는 훈련법도 있다. 바로 '안전화 훈련'이다. 심진석은 안전화가 있었기에 현재의 자신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안전화를 신고 훈련해요. 안전화를 잊을 수 없어요.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준 신발이에요. 안전화는 제 분신 같은 존재죠. 보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러닝 열풍이 거세질수록 심진석의 유명세도 높아진다. 실제로 심진석이 출전하는 대회장에서는 사진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대회에 나가면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감사한 일이죠. 다 저를 위해 해주시는 행동들이라고 생각해요.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가족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심진석의 표정은 한층 진지해졌다. 유튜브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까지만 해도, 심진석은 사실상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건설 현장에서 벌어온 월급의 90% 이상을 부모님께 드린다는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가족 모두 일을 하고 있어요. 부모님과 형 모두 일을 해요. 그래도 제가 쓸 용돈 빼고는 월급을 전부 부모님 드려요. 용돈이 전보다는 조금 늘었기는 했어요."

용돈이 늘었어도, 생활에 큰 변화는 없다. 심진석의 머릿속은 온통 '마라톤' 뿐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것 외에는 딱히 특별한 취미도 없다고 한다.

"용돈으로는 에너지젤 등 뛸 때 필요한 물품들을 사요. 마라톤 말고 취미는 없어요. 가끔 누워서 유튜브로 제가 뛰는 영상을 보며 자세 교정하는 것 정도?"

심진석의 점심 식사량도 큰 화제가 됐다. '낭만러너 심진석' 유튜브 캡처

체격은 왜소해 보여도, 식사량은 어마어마하다. 유튜브 영상 속 심진석은 커다란 접시에 밥과 반찬을 수북하게 담아 먹는다. 이 역시도 화제가 됐다.

"제가 활동량이 워낙 많다 보니, 그렇게 먹어도 금방 소화가 돼요.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에요. 오후에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데는 전혀 영향이 없어요. 특히 고기, 생선, 면 종류를 좋아합니다."

달리기 재능은 어린 시절부터 있었다. 자신은 기억 못 하지만, 부모님은 초등학생 심진석이 운동회 계주 선수로 잘 뛰던 모습을 기억한다. 또 고등학생 때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추천으로 처음 마라톤 대회에 도전했다.

"운동회 계주는 몇 번 뛰어봤던 것 같아요. 잘 기억은 안 나요. 부모님을 통해 들었을 때는 잘 뛴다고 하셨어요. 어릴 때 장래 희망은 체육 선생님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잘 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체력 단련 시간에 새벽마다 달리기를 했는데 계속 1등을 했어요. 선생님하고 친구들이 마라톤을 나가보라고 해서 2015년에 처음 5㎞ 대회를 나갔어요. 그때 20분대 기록을 남겼어요."

심진석은 '귀신 잡는 해병대' 출신이기도 하다. 해병 1218기로, 2017년 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포항 1사단에서 근무했다.

군대에서도 단연 달리기는 1등이었다. 심진석은 당시를 떠올리며 재미난 기억이 났다는 듯 웃었다.

"체력 테스트를 할 때 거의 매번 1등을 했어요. 때로는 저를 제외하고 진행한 적도 있어요. 어차피 제일 잘 뛸 테니, 저는 안 뛰어도 된다더라고요."

심진석은 지난달 31일 열린 '제4회 여의도 밤섬 마라톤' 하프 코스에서 1시간 16분 43초를 기록, 남자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심진석 제공

마라톤 선수를 해볼 생각은 없었을까. 심진석은 자신이 잘 뛰는 줄 몰랐다고 손사래를 쳤다.

"어릴 때는 잘 뛰는 줄 몰랐던 거죠. 이렇게까지 뛸 일이 없었으니…부모님도 제가 그냥 취미로만 뛰는 줄 아셨대요. 저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너무 늦게 알게 돼서 아쉬움이 있어요. 그리고 그때는 지금만큼 기록이 좋지도 않았고요."

다만 심진석은 노력의 힘을 굳건하게 믿고 있다. 러닝은 노력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얼만큼이나 노력을 했는지에 따라 성적과 순위가 결정돼요. 노력 안 하면 그만큼 기록과 순위가 떨어질 것입니다."

심진석은 지금도 매일 묵묵히 달린다. 안전화를 신고 새벽 건설 현장으로 향하던 시절처럼, 여전히 같은 자세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뛰고 싶어요. 그리고 가족들도 잘 챙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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