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계의 거물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한국에 방문한다. 약 7개월 만에 재방한하는 황 CEO는 이날부터 다음주 초까지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 프로야구 경기 시구,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AI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가 중시하는 '움직이는 인공지능', 즉 피지컬 AI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추가적인 협업 모색이 이뤄질지 글로벌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오후 1시쯤 김포공항 비즈니스터미널(SG BAC)을 통해 입국한다. 대만에서 최근 열린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6' 일정을 마치자마자 한국을 찾는 것이다.
황 CEO는 방한 당일 한국 재계 총수들과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방한 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치킨에 맥주를 곁들인 이른바 '깐부 회동'을 하며 크게 주목 받았던 만큼, 이번에도 서울에서 비슷한 방식의 '삼쏘(삼겹살·소주)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로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 등이 거론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일정으로 이번에는 참석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업들은 모두 엔비디아의 핵심 AI 파트너사들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AI 가속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 중이다. 이들의 메모리 기술력이 없이는 엔비디아도 홀로서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 관계가 깊다.
현대차와 LG그룹, 네이버는 황 CEO가 새 시대의 핵심 기술로 강조한 피지컬 AI를 고리 삼아 엔비디아와 활발히 협업 중이다. 특히 로봇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와 LG그룹은 엔비디아의 로봇 훈련용 가상현실 플랫폼 '아이작 심'과 로봇용 AI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 등을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차세대 자율주행 설루션도 공동 개발 중이며, 독자 AI모델 '엑사원'(EXAONE)의 고도화를 이어가고 있는 LG는 엑사원과 엔비디아의 개방형 추론 모델 '네모트론'의 결합으로 전문 분야 특화 모델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역시 지난 3월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활용해 서울의 공간 구조 등을 구현한 서울 월드 모델을 공개했다.
황 CEO는 작년 1차 깐부 회동 직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 공급'을 골자 삼은 깜짝 발표를 내놔, 이번 2차 회동에서도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 강화를 상징하는 조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그는 최근 대만 컴퓨텍스 2026 일정 중에도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 행사를 따로 열어 "우리는 항상 한국 투자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도 한국의 로보틱스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해 업계 기대감을 키웠다.
마찬가지로 로보틱스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협업 중인 두산 그룹과의 추가 접점 모색 가능성도 황 CEO의 이번 방한 일정 중 관심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황 CEO는 오는 7일 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의 서울 잠실 홈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서며,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은 시타자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두 사람은 경기 시작 전 티 타임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등 국내 게임사 주요 경영진과 회동하는 한편,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황제'로 불리는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과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오는 8일에는 방한 막바지 일정으로 업스테이지, 마음AI 등 국내 로봇·AI 스타트업 대표와 연구진 등을 초청해 서울 신라호텔에서 비공개 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황 CEO가 국내에서 로봇 스타트업과 별도 간담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도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한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간담회에 초대된 업스테이지는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 '솔라'를 보유한 AI 스타트업으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과 네모트론 등을 활용해 독자 AI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마음AI도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 구축을 완료하고 가동 중이다.
황 CEO는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넘어 방송인 유재석씨가 진행하는 tvN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는 등 한국 팬들과의 접점도 보다 넓힐 예정이다. 황 CEO의 한국에 대한 깊은 유대감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는 엔비디아 창업 초기인 1990년대 중반에 서울 용산 전자상가를 종종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용산은 아시아 최대 전자제품 거래 시장이었다. 엔비디아의 초기 성장 동력은 게임이었고, 이를 뒷받침해준 국가는 PC방과 e스포츠가 일찍이 확산했던 한국이었다는 점도 황 CEO는 거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