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이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김건희씨 수사무마 의혹의 윗선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문제는 당시 심 전 총장에게 김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었다는 점이다. 수사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한 처벌이 어렵다는 게 법원 판례인데, 종합특검이 어떤 방향으로 법리를 구성할지 주목된다.
심우정, 직권 없었는데 '남용' 인정될까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종합특검은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 관계자들을 조사하며 '심 전 총장으로부터 김씨를 불기소 처분하도록 외압을 받았나'라고 추궁했다.종합특검은 심 전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심 전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권한을 남용해 김씨를 불기소하도록 수사팀 검사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 같은 종합특검의 법리 구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직권남용이 성립하려면 행위 주체가 법령과 제도에 따른 일반적 직무권한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법농단 사건'에서 재차 확인된 법리이기도 하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일부 재판에 개입해 판사들의 재판권 행사를 침해한 혐의(직권남용)로 재판을 받았다.
그런데 1심과 2심은 "수석부장판사에게는 재판 업무를 감독할 직무권한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직무권한을 엄격히 해석한 원심을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하면서 '직권 없이는 남용도 없다'는 법리가 확립됐다.
심 전 총장도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지휘할 직무권한은 없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20년 10월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가족 관련 사건에 관여할 수 없도록 권한을 박탈했다. 수사팀은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검찰총장은 수사 결과만을 보고받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김씨에 대한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유지됐다.
국회도 지난 2024년 도이치모터스 수사 검사들을 탄핵 소추할 당시 심 전 총장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탄핵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주지청장 지휘 못하는 중앙지검장…직권남용?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법리 구성 역시 다소 허술한 측면이 있다. 이 전 지검장 부임 직후인 2024년 6월 기존 수사팀 소속이었던 A검사는 공주지청장으로 전보됐다.
A검사는 소속을 옮긴 뒤에도 도이치모터스 수사에 관여했는데 종합특검은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전 지검장이 김씨에 대한 불기소 의견을 갖고 있던 A검사를 수사에 계속 참여시켰고, 공주지청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직권남용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주지청장인 A검사에게 업무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자는 상급자인 대전지검장과 검찰총장뿐이었기 때문이다. 중앙지검장에게는 그러한 직무권한이 없었던 셈이다.
특히 A검사가 전보 이후 수사에 참여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이미 나온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전 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A검사는 중앙지검으로 파견하는 내용으로 여러 차례 직무대리명령이 있었다. 직무대리명령이 그 자체로 법령상 불가능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월권적 직권남용' 인정되나…특검 노림수는
다만 종합특검은 이들의 실제 행위에 주목하고 있다. 심 전 총장이 수사지휘권은 없었지만, 사실상 수사에 관여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는 중이다.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수사지휘권 배제가 오랜 시간이 지나 사실상 형해화됐고, 심 전 총장이 대검 참모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이러한 형태의 '월권적 직권남용'에 대한 판례가 새로 정립될 가능성도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 다른 사법농단 사건 관련자들과 달리 항소심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됐다.
항소심은 문제가 된 행위가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지만 따질 게 아니라, 그 행위의 외관을 함께 봐야한다고 했다.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일반적 직무권한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실질이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