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사트라피 별세…이란 여성의 자유를 그리다

이란 혁명·망명·여성 억압 담은 그래픽 소설로 세계적 반향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거부하며 이란 인권 문제 비판

연합뉴스

자전적 그래픽 소설 '페르세폴리스'로 이란 여성의 삶과 억압을 세계에 알린 이란계 프랑스 작가이자 영화감독 마르잔 사트라피가 별세했다. 향년 56세.

4일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트라피는 남편이자 오랜 동반자였던 스웨덴 출신 영화인 마티아스 리파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여 만에 숨졌다. 로이터는 프랑스 대통령실 성명을 인용해 사트라피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1969년 이란에서 태어난 사트라피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급격히 보수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1980년대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이란으로 돌아와 테헤란대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1994년 프랑스로 이주한 뒤 2006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대표작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혁명과 이슬람 체제 아래에서 성장한 소녀의 시선으로 이란 현대사와 망명, 정체성의 혼란을 그린 흑백 그래픽 소설이다. 작품은 이후 동명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돼 2007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사트라피는 이란 여성과 인권 문제를 비판해온 대표적 예술가였다. 2022년 쿠르드계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규정 위반 혐의로 도덕경찰에 구금된 뒤 숨지자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여성, 삶, 자유' 시위에 연대했다. 그는 이란 여성들의 탄압과 인권 침해를 다룬 그래픽 모음집 '여성, 삶, 자유'를 기획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가 2024년 레지옹 도뇌르 수훈 대상자로 지명했지만, 사트라피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프랑스 당국의 이란 반체제 인사 비자 정책을 비판하며 "내 정체성의 절반을 이루는 이란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태도를 외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프랑스 문화의 중심 인물이자 자유에 헌신한 예술가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사트라피를 "이란에서의 어린 시절을 보편적 서사로 승화시킨 뛰어난 예술가"로 기렸다.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현대사를 한 개인의 성장담으로 압축하면서도, 억압과 망명, 여성의 자유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사트라피는 그래픽노블과 영화, 인권운동을 넘나들며 이란 여성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전한 예술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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