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545원을 돌파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의 '팔자' 세와 환율 상승의 악순환이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우위가 환율을 밀어 올리고, 오른 환율이 다시 매도를 부를 것이란 위기의식이 시장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팔자" 외인…원·달러 환율 1550원 턱밑까지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5일 8160.59로 전일 대비 5.54% 하락한 채 정규 장을 마쳤다.
이러한 하락세를 주도한 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였다. 개인 투자자가 4조 2238억 원을 사들였지만, 외국인이 3조 5213억 원, 기관이 9427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장 중 한때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급기야 8천 선을 위협할 정도에 이른 것이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우위는 이날까지 20거래일 연속 기록을 썼다.
이러한 매도세는 나아가 원화 약세를 자극하며 고환율을 추동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1529.7원) 대비 9.4원 오른 1539.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는 1545원을 넘기면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기도 했다.
한성대 경제학부 김상봉 교수는 "현재 고환율 문제는 지난 수년간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화폐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진 내부적 원인과 중동전쟁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환율에 대응하는 외인, 시장엔 악순환 경고음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우위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비중 조정)과 차익 실현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의 AI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3분기 AI 매출 가이던스를 시장의 예상보다 낮게 제시한 것이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이어졌고,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수요를 다시 한 번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는 고환율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환율을 재차 자극하면서 그야말로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우리나라와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원유 수입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원화와 일본 엔화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문제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라며 "주식시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와 악순환을 이룬다"고 지적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 역시 "외국인 순매도가 원‧달러 환율을 상승시키고, 이에 따라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순매도가 다시 환율을 추가 상승시키는 부정적인 루프가 이어지는 것이 이날 급락장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환율이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돼 단편적인 접근으론 해결이 어려운 만큼, 당분간은 문제가 지속되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고환율 문제는 복합적인 고차방정식"이라며 "당국으로서도 구두 개입을 하고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진정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