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은 어느 연령대보다 강한 2030의 지지를 받았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기준 20대 이하 남성의 75.3%, 30대 남성의 66.8%가 오 시장을 찍었다. 20대 이하 여성은 4년 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오 시장에 대한 지지가 당시보다 10.5%P 늘었다. 4년 전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에게 54.1%를 줬던 서울 30대 여성도 이번엔 53.6%가 오 시장 쪽으로 돌아섰다.
CBS노컷뉴스가 오세훈을 택한 서울 거주 2030 유권자 20여 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보수화' 같은 이념이 아닌 '현실'의 언어로 설명했다.
내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
이들은 우선 오세훈이 민주당 정원오 후보보다 안정적인 선택지였다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에 사는 대학생 정모(23·여)씨는 오세훈이 증명된 행정가라고 평가했다. "정원오가 어떤 사람인지 검증이 안 된 것 같아 안전하게 현직을 뽑았다"는 것이다.강북구에 사는 채모(30·여)씨는 "학생일 때 하이서울 페스티벌 등 오세훈 시장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지만 정 후보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원오 후보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오세훈에게 표를 줄 동기였다는 점은 영등포구에 사는 대기업 재직자 A(36·남)씨도 동일하게 짚었다. 그는 "정 후보가 '이재명 픽'인 거 외에 무엇을 한 사람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는 오 시장이 선거 기간 내내 2030과의 접촉면을 넓히는데, 상당한 열정을 쏟은 결과이기도 했다.
오 시장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성신여대·건대·홍대를 찍은 뒤 막판에 연세대·경희대·서울대 입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파이널 유세지도 신촌으로 잡았다. 대학가를 초반부터 후반까지 반복 접촉하는 구조였다. 홍대와 강남역, 신촌 등 2030이 많은 지역의 유세는 대부분 오후 7시 이후 야간에 배치했다. 그들의 일상과 동선에 맞춘 전략적인 접근이었다.
반면 정원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간담회가 20회 이상으로 일정 대부분을 채웠다. 건대·홍대·신촌·연세대 등 2030 밀집 지역을 찾더라도 대부분 낮 시간대였고, 현장 유세보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찾아가는 서울인터뷰' 콘텐츠 위주였다.
"교차투표로 균형"…처음부터 '오세훈' 아냐
처음부터 오세훈을 지지한 건 아니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서대문구에 사는 은행원 윤모(31·남)씨는 "민주당 경선에서 확실히 선출된 정원오 대세에 처음엔 동의했다"면서도 "토론에 들어서니 마음이 달라졌다. 경력 차이가 크게 보였고 정책 설명 능력과 어필도 너무 부족했다"고 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는 종로구 거주 프리랜서 한모(28·여)씨도 "정 후보는 '일 잘하는'을 내세웠지만 정확히 무슨 일을 잘하는지 설명이 부족했다"며 "이재명 대통령 후광에 너무 기댄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대신 시의원·구청장·교육감은 민주당과 진보 후보에게 교차투표 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에 사는 대기업 재직자 이모(28·여)씨도 교차투표를 했다고 했다. 이씨는 "서울시 행정을 오래 맡아본 오세훈이 아무것도 모르는 정원오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며 "교육감은 진보 성향이던 정근식을 뽑았다. 행정 특성상 전임자가 사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겉핥기로 끝나지 않을 거 같았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털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오세훈에게 표가 흘러간 이유였다.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변모(27·여)씨는 "전과 이력과 폭행 의혹이 명백하게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2·남)씨도 "캉쿤 출장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재개발 멈추면 안돼"…부동산 불안, 표심으로
부동산 이슈도 오세훈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요인이었다.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유모(30·여)씨는 "후보 본인도 살지 않을 (정원오의) 임대 위주 정책보다 (오세훈의)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공급이 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관악구에 사는 대기업 재직자 송모(30·남)씨는 "정원오 후보 공약을 보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싶었다"며 "속도와 현실성이 더 있는 쪽에 끌렸다"고 했다. 서대문구에 사는 은행원 윤모(31·남)씨도 "아파트 대신 빌라 공급을 늘리는 방향은 시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신통기획 등 기존 재개발 정책을 이어갈 수 있는 오 후보 쪽이 현실적이었다"고 했다.집을 사야 할 시기를 앞둔 불안감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 강남구에 사는 법무법인 재직자 서모(30·남)씨는 "슬슬 집을 사야 하는데 민주당 부동산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강남 재개발구역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29·남)씨는 "서울시 주도 재개발 사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등의 연속성이 절실했다"며 "오 후보가 당보다는 개인 능력과 시정 연속성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우경화·내란 동조라뇨"…프레임에 반박
일부 2030 유권자들은 청년층 표심을 두고 '우경화', '내란 동조'로 규정한 민주당의 선거 캠페인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 보였다. 공약과 각 후보의 행보를 따져보고 내린 판단인데, '생각 없이 보수를 찍은 세대'로 취급받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것이다.마포구에 사는 대기업 재직자 이모(36·남)씨는 "민주당이 스타벅스 논란을 선거 막판까지 끌고 가는 걸 보며 피로감이 들었다"며 "민주당에 대한 반대를 위해 오세훈을 선택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강남구에 사는 중견기업 재직자 박모(20대·여)씨는 "특정 후보를 뽑았다고 해서 바로 내란 동조나 우경화로 연결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라며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견제해야 건강한 민주주의인데 특정 집단을 비난의 대상으로 만드는 게 성숙한 여당의 자세인지 묻고 싶다"라고 지적했다.
교차 투표자인 한모(28·여)씨는 "비상계엄의 불법성은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공소 취소 특검 등을 보면 민주당도 이재명 대통령 권력에 너무 끌려가는 모습이 보여 표를 주기 싫었다"며 "내란 이슈 말고 민주당이 내세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2030의 표심에 대해 오세훈 시장 측은 "청년 세대가 느끼는 박탈감과 미래 불안에 진정성 있게 응답해 온 노력을 평가해 주신 것"이라며 "지난 5년간 추진해 온 시정 방향을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연속성을 선택한 결과로 받아들인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