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원자로 짓는 미·중·러…에너지패권 각축전[기후로운 경제생활]

달 유인·영구 기지 건설 두고 패권 경쟁
현지서 필수시설 가동할 자체 발전 수단 필요
태양광·핵발전 대안으로
중·러 "2035년 달에 원자로 설치" vs 미 "2030년 설치"
홍종호 교수 "우주 관련 사업, 안전 최우선 생각해야"


◆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을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정책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오늘 세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요. 2030년대 에너지 패권 승부처는 달.

◆ 홍종호> 미래의 패권 경쟁 무대가 지구가 아닌 우주, 달이 될 수 있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거죠. 지난주 우주 관련 뉴스가 많았는데 하나씩 살펴볼까요?

◇ 최서윤> 네, 지난주에 우주가 그야말로 '핫'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달 탐사 프로젝트를 두고 경쟁하면서인데요. 일단 중국부터 볼게요. 5월 25일, 중국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23호가 발사돼 톈궁 우주 정거장의 핵심 모듈 톈허에 무사히 도킹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번에 선저우 23호를 타고 간 우주비행사 3명이 그동안 톈궁에 무려 210일간 체류해 온 선저우 21호 우주비행사 3명과 교대했습니다. 이번 교대에서 새롭게 임무에 들어가는 비행사 중 1명은 무려 1년간 우주에 머물 예정이라 주목됩니다. 교대한 선저우 21호 비행사들은 5월 29일 지구로 무사 귀환했습니다.

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

◆ 홍종호> 네, 210일, 7개월 머물렀고 이번에 가면 1년까지 머문다. 우주비행사의 체류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네요.

◇ 최서윤> 네, 그래서 더 주목받은 소식이었어요. 이 떠들썩한 발표가 나오고 다음 날인 5월 26일에 미 항공우주국NASA도 달 남극 기지 건설 계획의 첫 단계 세부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NASA에 의하면 올해 세 차례의 미션이 계획돼 있는데요. 그중 첫 번째 미션 문 베이스1은 달 남극의 섀클턴 분화구로 무인 화물 달 착륙선을 보내는 시도입니다. 연구도 수행하고요. 그 수행 업체로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을 선정해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 홍종호> 아마존이 처음에 책을 온라인으로 판매한 배달 사업이었잖아요. 이제 달까지 배달하겠다, 이런 것 같네요.

◇ 최서윤>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젝트는 청취자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50년 만에 인류를 달에 다시 보내고 달의 영구 기지를 건설하는 NASA의 야심찬 계획입니다. 가장 최근까지 진행된 게 아르테미스 2호예요. 우주비행사 4명을 싣고 달 착륙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달 궤도를 비행하고, 발사 열흘 만에 무사히 돌아온 게 올해 4월의 일입니다. 아르테미스 3호는 원래 올해 하려고 했지만,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내년에 발사된 다음에는 우주비행사들이 실린 오리온 캡슐, 유인 캡슐을 유인 달 착륙선과 도킹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되고요. 이게 성공하면 아르테미스 4호와 5호는 2028년에 연달아 발사돼 실제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에 발을 내딛는 달 착륙을 두 차례 시도합니다.

이때 사용할 유인 달 착륙선을 놓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경쟁 중이었기 때문에, 이번 발표로 균형추가 머스크에서 베이조스로 옮겨가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가 펼쳐졌습니다.

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

◆ 홍종호> 그런데 이 와중에 폭발 사고가 터진 거죠.

◇ 최서윤> 그렇습니다. NASA 발표 이후 불과 이틀 만인 5월 28일 나온 소식이었어요. 블루오리진의 대형 로켓 뉴글렌이 플로리다에서 시험 발사 도중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뉴글렌은 무인 달 착륙선 시험 발사 도중 사고가 났기 때문에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는데, 문제는 발사대가 손상된 겁니다. 블루오리진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관련해서 여러 건의 사업을 수주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고로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자체가 흔들리는 거 아니냐, 2032년 달 남극 기지 건설이 물 건너가는 거 아니냐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이 언론 앞에 섰고, 6월 1일 CNBC 인터뷰를 통해 "블루오리진의 손상된 로켓 발사 시설이 복구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발사체는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를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블루오리진이 맡기로 했던 문 베이스 1 미션, 즉 무인 화물 달 착륙선 블루 문 마크 1 인듀어런스를 보내는 것을 스페이스X의 발사대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으로 쏘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 홍종호> 나사가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 같은데, 최 기자 설명을 들어보니 결국 스페이스X를 택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 중심추가 옮겨가는 것 같아요.

◇ 최서윤> 네, 아직 사고가 난 지 얼마 안 돼서 추후에 확정 발표가 따로 있긴 할 텐데요. 대형 발사체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뿐이기 때문에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입니다. 블루오리진은 발사대 재건 계획을 수립한다고 발표했는데, 재건하려면 적어도 2028년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NASA 국장도 보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되면 남은 아르테미스 3호, 4호, 5호 프로젝트 모두 스페이스X 독점 구조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원래는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경쟁과 협업을 같이 해왔는데, 어떻게 보면 NASA의 양 날개 중 하나의 날개를 잃게 되는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

◆ 홍종호> 우주 사업 하면 우리나라도 상당히 관심 있고, 정부에서도 그런 기업도 있잖아요. 실제로 지난 6월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이 소식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화 사고는 직원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하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로 이어졌죠. 이 자리를 빌려 숨진 분들의 안식을 기도하고 싶습니다. 미래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도 굉장히 중요하죠.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런 거대 사업들, 특히 우주와 관련된 사업들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우주를 승부처로 하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전쟁이 굉장히 가열돼 있어요. 양쪽 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형국인데요. 이 승부의 핵심도 결국은 에너지입니다. 왜냐하면 우주인이 가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잖아요.

◇ 최서윤> 맞습니다. NASA 계획을 예로 보면, 달 남극 지역에 달 기지, 문 베이스(Moon Base)를 건설해 결국 2032년 이후에는 달에서 인간이 생활하면서 현지 자원도 활용하고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수행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현지에서 필수 시설을 가동할 에너지가 필요하잖아요. 지구에서 화석 연료를 퍼 나르는 것만으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그래서 우주 경쟁에 참여 중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공언하고 나선 게 우주 핵발전입니다.

물론 NASA의 사업 계획에는 태양광 발전과 발전량 증대 계획도 있어요. 그런데 달과 지구의 시간이 다릅니다. 지구는 매일 해가 뜨고 지는데, 달은 2주 동안 햇빛을 받고 2주간은 어둠이 계속됩니다. 그래서 달에서의 태양광 발전은 에너지 저장장치(ESS) 활용 능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맹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날씨나 햇빛에 관계없이 지속적인 핵분열을 통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핵발전이 대안으로 꼽히는 거예요. 미국 정부와 NASA의 달 표면 원자로 설치 목표 시기가 가깝습니다. 2030년입니다. 2028년까지 달 궤도에 배치할 수 있는 저출력 원자로 시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달에 설치한다는 겁니다.

◆ 홍종호> 시제품 개발까지 2년 남았고, 그로부터 2년 뒤에 설치한다. 일단 규모는 별로 안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촉박하기도 해요. 이게 가능한 시나리오입니까?

◇ 최서윤>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일단 시간을 그렇게 잡은 이유가 있어요.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달연구기지(ILRS) 건설 프로젝트에 협력 중인데, 2035년까지 달에 원자로를 설치해 보겠다고 했거든요. 그보다 빨리 하고 싶으니까 2030년으로 잡은 거고, 트럼프 임기 같은 것도 고려한 것 같습니다.

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

◇ 최서윤> 결국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우주에서 군사 전략 경쟁을 벌이며 패권 다툼을 했던 것처럼, 이제는 미국과 중국이 달 유인기지 건설이라는 목표로 패권 다툼을 벌이고 러시아가 중국과 협력하며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겁니다. 목표 시기에 대해서는 미국 전문가들도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서 시기는 늦춰질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 홍종호> 서로 거대 국가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까 먼저 발표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실체가 드러나야 하겠지만, 규모는 안 클 것 같고, 통으로 다 만들어서 싣고 가는 건지 아니면 부품을 가져가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지 이런 것도 궁금하긴 해요.

◇ 최서윤> 보니까 현장에서 바로 가동할 수 있게 다 세팅을 해서 보내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 홍종호> 규모가 우주선에 들어가야 하니까 클 수는 없겠죠. 그런데 핵발전 하면 아무래도 지구에 있는 건 아니지만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곳에 우주인들이 생활하게 된다면 안전 문제가 생길 경우 위협이 될 테니까요.

◇ 최서윤> 맞아요.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원자력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케이티 허프 일리노이대 첨단핵연료연구소장에 따르면 원자로를 달에 보내서 설치하고 가동할 때까지는 그렇게 위험한 절차는 없다고 해요. 농축 우라늄은 핵분열 생성물로 변하면서 방사능을 많이 띠게 되기 때문에 사용 후 핵연료는 위험해도, 사용 전 핵연료는 방사능 위험을 별로 초래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달에서 핵발전소가 돌아가다가 사고가 날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에 미소가 우주 패권 경쟁을 벌일 때도 우주 핵발전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원자로까지는 아니고 핵전지 수준의 소형 발전기였어요. 600W(와트), 5KW(킬로와트) 뭐 이런 규모였는데요. 미국이 1965년에 최초로 발사한 우주용 원자로가 600W 규모인데, 43일 정도 가동되다가 전압 조절기가 고장 났다고 해요. 지금도 지구 궤도를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 홍종호> 이른바 우주 쓰레기죠.

유튜브 CBS경제연구실 캡처

◇ 최서윤> 그렇습니다. 소련은 20개가 넘는 원자로를 지구 대기권 밖으로 발사해 떠도는 게 많다고 해요. 특히 소련의 우주선 코스모스 954에 실렸던 원자로가 1977년 9월에 발사된 뒤 궤도에서 가동됐는데, 이 코스모스호가 3개월 만에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한 겁니다. 소련 엔지니어들이 코스모스가 지구로 추락하기 전에 원자로를 분리하려 했는데 실패했어요. 결국 그대로 캐나다 북부에 광범위하게 파편이 흩어져 방사성 물질을 뿜어낸 끔찍한 사고로 남았습니다.

또 생각해야 할 게, 달 표면 온도는 낮에는 최고 121도까지 올라갔다가 밤에는 영하 94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기온 변화를 보인다고 해요. 지구의 지각 변동인 지진보다 훨씬 특이한 지각 변동인 '월진'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그래서 달에서의 핵발전이 잘못하면 상상도 하지 못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결국 달 기지 건설 패권 다툼에서도 원자력이냐 태양광이냐, 에너지 기술 개발이 경쟁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 홍종호> 우주 태양광은 거기서 효율 좋은 전기를 만들어서 지구로 쏘겠다는 계획들이 나왔잖아요. 달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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