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7일 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의 유니폼을 입고 서울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올라 이 같이 말했다. 타석에서는 두산베어스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배트를 들고 이를 지켜봤다. 양사의 인공지능(AI) 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특별한 장면에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황 CEO는 이날 오후 두산베어스의 홈 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에 도착했다. 경기장 입구에는 '엔비디아를 환영합니다'(WELCOME NVIDIA)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박 회장이 그를 직접 맞이했다.
이후 두 사람은 두산베어스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입고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를 밟았다. 황 CEO의 유니폼 뒷쪽에는 한글로 적힌 '젠슨 황' 이름과 엔비디아의 창립연도(1993년)을 의미하는 93번이 찍혔다. 박 회장의 유니폼 등 번호는 두산의 창립연도(1896년)을 뜻하는 96번이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와 한국의 기술 산업은 함께 성장해왔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감사를 전하고 싶은 훌륭한 파트너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또 한국식 치킨을 즐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치맥'(치킨·맥주)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덧붙였다.
관객들이 함성으로 호응하자 황 CEO는 "고(go), 코리아"(갑시다, 한국)라고 외친 뒤 시구했다. 시타자인 박 회장은 공이 높게 뜨자 잠시 몸을 숙였다가 배트를 휘두르며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두 사람은 활짝 웃으며 악수와 포옹을 한 뒤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퇴장했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황 CEO는 과거 미국 메이저리그나 대만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한 적은 있지만,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에서 시구자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 CEO와 박 회장의 시구·시타 행사는 엔비디아와 두산 간 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이벤트라는 평가다. 두산그룹은 박 회장 주도 하에 반도체 소재와 후공정 전반에서 엔비디아 핵심 공급망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산그룹 내 전자BG 부문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인 '블랙웰'(Blackwell) 시리즈에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계열사인 두산테스나 역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인 '그록3'(Grok 3)의 웨이퍼 테스트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은 신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로보틱스'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 중이다. 엔비디아의 매디슨 황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는 지난 4월에도 서울 성남시의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를 찾아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 등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지능형 로봇 설루션과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엔비디아의 AI·로보틱스 생태계를 접목하기 위한 협의가 이뤄졌다.
한편 엔비디아 측은 이날 BBQ 잠실야구장점에 치킨 113 박스를 주문했다. 방한 기간 내내 '한국식 치킨'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수차례 반복한 황 CEO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