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피해 버티는 모양새다.
그러나 재선거 주장에 사전투표 폐지 구호까지 전면에 내걸면서 당내 불신은 외려 더 깊어졌다.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이후 새로운 당내 구심점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장 대표 수명이 실제로 연장될지는 불투명하다.
투표용지 사태로 인공호흡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6·3 지방선거 전부터 선거 이후 장 대표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적잖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극우 세력과 선을 긋지 못한 데다 선거 전략 부재론까지 겹친 상황에서, 난데없는 방미 일정은 책임론을 키운 결정타가 됐다.선거 직후 예상대로 공개적인 거취 압박이 나왔다. '윤핵관' 출신 윤한홍 의원은 당 소속 의원 메신저 대화방에 "당을 혁신하고 재편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썼다. 한기호·이양수 등 중진 의원들도 책임론을 에둘러 제기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제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고 밝혀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그 사이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장 대표에게 사실상 인공호흡기 역할을 했다. 선관위를 향한 공분이 확산하면서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수면 아래로 밀려난 탓이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또다시 '침대 축구'로 시간을 벌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장 대표가 7일 재선거를 전면에 꺼낸 배경 역시 당권 수호 시도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재선거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며 "사전투표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을 찾아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침대축구 연장될까
취재 결과, 당내 여러 의원들은 장 대표 입장에 갸웃하는 분위기다. 소속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도 그동안 진상규명 방안이나 시위 참가자 보호 문제가 논의되는 동안 재선거 얘기는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이들은 선관위 관리 부실을 따지는 것과 선거 결과 자체를 흔드는 건 다르다는 점을 대체로 주목한다.
한 비당권파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재선거를 하더라도 선관위가 주관할 텐데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며 "현실성 없는 주장인데 주류 정치인이 땔감에 기름을 붓는다는 게 문제"라고 질타했다.
장 대표 임기 전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도부는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며 "무책임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 거취는 오는 10일 원내대표 경선이 기로가 될 전망이다.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선관위 사태 대응은 원내대표 중심의 국정조사·제도개선·법적 대응 논의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광장의 분노를 앞세워 패배 책임론을 비켜설 공간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