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 이후 회령의 삶…서현범 '점선,' 오늘의 작가상

한 국경수비대와 탈북 길목의 인간 실존 그린 장편소설

서현범 작가. 민음사 제공

제4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서현범의 장편소설 '점선,'이 선정됐다.

민음사는 지난달 13일 본심 심사를 열고 올해 투고작 415편 가운데 예심을 통과한 7편을 심사한 결과, 서현범의 '점선,'을 만장일치로 수상작에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점선,'은 1990년대 후반 최악의 식량난으로 기록된 '고난의 행군' 직후부터 장마당이 일상화되고 남한 콘텐츠가 유입되기 시작한 2000년대 북한을 배경으로 한다. 특히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도문과 마주한 국경도시 회령을 중심 무대로 삼았다.

작품은 탈북의 최종 관문으로 여겨지는 회령에서 국경수비대 군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강만과 동료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삶을 따라간다. 북한의 역사와 현실을 이념적 고발이나 감상적 구원 서사로 다루기보다,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의 존엄과 실존을 묻는 방식으로 밀어붙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절제된 문장과 리얼리즘적 서술, 강렬한 주제 의식에 주목했다. 특히 그동안 한국문학이 북한을 재현하며 자주 기대온 이데올로기적 각성, 종교적 구원, 감상주의적 결말로 기울지 않았다는 점을 수상 이유로 꼽았다.

이응준 소설가는 심사평에서 "'점선,'은 '20세기 실존주의 소설'의 전통을 21세기의 기법으로 명확하게 수렴한다"고 평했다. 김숨 소설가는 "'인간'이라는 작고도 거대한 물음표를 우리 앞에 놓는 작품"이라고 했다.

김기창 소설가는 "인간이 만든 국가와 체제가 인간 존재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만큼 격하시킬 수 있는지를 적층적 서사로 증명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현대소설의 실존주의적 계보 위에서 인간이 놓인 극단적 상황으로부터 문학적 질문과 서사를 길어 올린다"고 밝혔다.

서현범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작년에 마흔이 되면서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오늘과 상 가운데 자리한 '작가'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읽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3천만 원이 수여되며, 작품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연내 출간될 예정이다. 심사평과 수상소감 전문은 문학잡지 '릿터' 60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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