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182% 급증…KDI "경기 개선세 유지 속 중동 리스크 상존"

수출 관련 지표. KDI 제공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과 투자 호조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이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경제동향 6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최근 경기 흐름을 '개선세 유지'로 판단하면서도, 그 중심축이 반도체 산업에 놓여 있다고 봤다. 실제로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으며, 일평균 금액 기준 반도체 수출은 182.5%, 컴퓨터 수출은 309.8% 급증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가 반도체 산업 전반의 수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설비투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4월 설비투자는 8.1% 증가했으며,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는 41.1% 늘었다. 선행 지표인 반도체 장비 수입도 54.9% 증가해 관련 투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 역시 반도체가 경기 개선을 이끌었다. 4월 광공업 생산(1.5%)은 반도체 생산이 13.0% 증가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고, 서비스업 생산도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소비는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4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6% 증가해 전월보다 증가 폭은 둔화했지만, 3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06.1로 반등하며 소비 회복 기대를 일부 뒷받침했다.

다만 KDI는 경기 회복세가 반도체 중심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일부 부문에서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건설투자는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하며 부진이 지속됐고, 건축(-6.4%)과 토목(-2.8%) 부문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고용시장도 둔화 흐름이 나타났다. 4월 취업자 증가 폭은 7만 4천명으로 전월 대비 크게 줄었으며,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특히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고용 감소가 확대됐고 20대 고용률도 하락했다.

물가 관련 지표. KDI 제공

물가와 금융시장에서는 중동 전쟁에 따른 영향이 점차 반영되는 모습이다. 5월 소비자물가는 3.1% 상승하며 전월보다 상승폭이 확대됐고, 석유류 가격은 24.2% 상승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근원물가도 2.5%로 높아졌다.

KDI는 "고유가 지속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확대되고 생산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며 "원유 공급 차질로 석유정제 생산과 석유제품 수출물량 감소 등 일부 부문에서 중동 전쟁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월 말 기준 3.73%로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대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KDI는 "반도체 호조세로 수출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수출물량도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송 차질이 지속되며 경기 하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는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반도체 중심의 회복 양상과 중동발 불확실성, 건설 경기 부진 등이 향후 경기 흐름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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