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8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4부 요인들과 만나 "국민주권 행사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게 보장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해당 사태에 대한 수사나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관계자들에겐 행정적·법적 책임을 묻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선거관리를 대개혁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정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와 긴급 회동을 갖고 "선거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기본적 헌정 질서의 핵심을 이루는, 그야말로 국민주권의 실천 과정에 관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상황이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이 정한 독립기관이어서,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업무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도 없게 돼 있다. 심지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감사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게 현 법률의 해석"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직무 감찰이 위법하다며 낸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를 "헌법이나 법률상의 권한 없이 이뤄진, 위헌·위법한 직무감찰"이라며 인용한 사실을 의미한다. 때문에 선관위에 대한 실질적인 개혁 조치는 국회에서 주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정식 국회의장도 이번 사태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선거 결과에 대한 주권자의 수용 시스템에 금이 갔고, 사회적 통합을 만들어내야 할 선거가 오히려 사회 분열을 야기하는 불씨를 낳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적 독립성이란 그늘 아래서, 국민의 참정권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안일해질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오늘 여야 모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지체 없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하여 진상 규명에 나서도록 하겠다. 필요한 모든 선관위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등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사후 브리핑에서 비공개 회의 내용에 대해, "참석자들은 이번 사안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수립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수사나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관계자들에게는 행정적·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선거관리 대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조정식 국회의장은 "여야가 힘을 합쳐 신속하고 엄정하게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가 제도개선안을 마련해주면 사법부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선거관리와 절차 등에 대한 촘촘한 입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고, 김민석 국무총리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고 무엇보다 관련 조치들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선관위의 설치 근거가 되는 현행 헌법 개정보다는 입법 문제가 주로 논의됐는데, 입법의 주체는 국회인 만큼 국회를 중심으로 이를 논의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대법관과 법원장이 중앙선관위와 지역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됐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번 헌정질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부 요인들이 각자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하며, 특히 "참정권 침해와 선거관리의 부실을 규탄하는 청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도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