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8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민생경제부터 외교안보, 지방선거 결과, 코스피 8천시대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의 기록적인 시간(173분)에 버금가는 165분 동안 21개의 질의를 소화했다. 이 대통령이 답변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가 바로 대통령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을 사고의 편린일 것이다. 그래서 대명사, 접속사 등 무의미한 말을 제외하고 이 대통령이 이날 가장 빈번이 사용한 단어가 무엇이고, 어떤 맥락에서 사용됐는지 파악해 봤다.
우선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지방(44회)이었다. 이 대통령은 "제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방에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지방 균형 발전을 통한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 소멸의 위험"을 경고하며 재정 지원과 인프라 투자에서 지방에 가중치를 두는 '지방 우선 정책'을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또한, 지방 대학 집중 육성과 공기업의 지방 이전 유도를 통해 지방에서도 수도권보다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두번째로 투자(30)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됐다.
그는 "미래 세대와 성장 잠재력을 향한 대대적 투자"를 약속했다. 반도체 초과 세수 등을 활용해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미래 세대와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K-이니셔티브' 시대를 열겠다고도 선언했다.
산업도 23차례 사용됐다.
이 대통령은 AI, 반도체, 에너지 전환 등 첨단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의 도약을 첫 번째 국정 목표로 꼽았다. 또 반도체 외에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투표라는 단어도 26차례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에 대해 "민주공화국의 투표권 행사와 국민주권의 근본에 관한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부정선거론'과 청년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선관위를 두고 헌법상 독립기관이라 직접적 감사나 통제가 어렵지만,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빨리 수사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부동산도 23차례나 사용된 '핫 키워드' 였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 바로 부동산 투기"라며, 불로소득이 근로 의욕을 훼손하고 가계 부채가 2,000조원을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폭탄돌리기' 구조를 반드시 끝내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절반 가까이 급감했던 도심 재건축·재개발 공급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천명했다.
동시에 실거주 목적이 아닌 다주택에 대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보유세 부담을 지워 매도 공급을 유도하고, 부동산 담보대출 등 금융 규제를 강화해 시장 왜곡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세제 및 공급 정비 방안은 다가오는 7월 예산안 편성 시기에 맞춰 일괄 발표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 문제에도 이날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모두 17차례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청년 문제를 지방 분권과 함께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암울한 시절을 보내는 청년들이 수도권에 오지 않더라도 지방에서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5극 3특 체제'를 통해 지방 거점 대학을 집중 육성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청년들을 위한 교육 환경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 지방 청년들에게 '청년자산형성 지원' 등 다양한 기회를 우선 배분함으로써 지역 내에서 청년들이 미래 비전을 품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런가하면 기업, 북한,위기, 정상이라는 단어도 모두 15번씩 빈번히 사용됐다.
먼저 이 대통령은 일부 첨단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50~75%에 달하는 상황에서 초과이윤 배분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만 선제적으로 시행할 경우 기업 탈출이나 해외 투자 기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국가 산업 정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며,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이러한 논의는 빈번해질 것이라 예측했다. 따라서 국내 안팎의 논쟁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국제적 단위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남북 관계가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려울 만큼 최악의 상태라며, 북한이 분계선에 철근 콘크리트 장벽을 쌓고 소통을 거부하는 현 상황을 진단했다. 장기적으로 '비핵화'라는 목표는 유지하되, 당장은 현실성 없는 구호만 외치기보다 협상을 통해 핵물질 추가 생산 및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을 중단시키는 실리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을 "내란과 계엄, 통상·안보, 민생"이라는 세 가지 '위기'의 파고를 헤쳐온 시간으로 회고했다. "쉼 없이 몰아친 위기 속에서 확인한 국민 저력"의 시간이었다고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입증하고 국민의 위대한 저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며, 이를 토대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 또는 정상화라는 말에도 특별히 힘을 줬다. 이날 회견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종일관 관통했다.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의 저평가, 무너진 헌정 질서 등을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는 과정이 국정운영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또 반칙과 편법이 통하지 않는 '정상 사회'만이 혁신과 도전을 가능케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