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지선결과엔 '아쉬움'…선거관리 부실은 '정면돌파'

"결론은 내 부족함…국정기조 바뀔 것 없고 좀 더 열심히"
4가지 국정 목표도 그전 강조하던 내용과 대동소이
잠실 개표소 집회엔 "청년들에게 감사" 2번이나 언급
'부정선거'엔 선 긋고…4부 요인들 만나 협력 이끌어

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생방송이 송출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아쉽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이후의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단 뜻을 밝혔다.
 
국정기조 또한 선거 결과에 따라 달리할 문제가 아니라며, 선거 결과 맞춤형 변화 대신 기존의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데 방점을 뒀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거리로 나선 청년들에 대해선 "감사하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을 강조했다.

서울시장 패배엔 '내 부족함'이라면서도 "국정 기조 안 바뀐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6.3 지방선거 결과를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길 것을 졌다거나,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고 원인을 밝혔는데, 서울시장 선거를 에둘러 언급한 것이다.

그는 "제가 원래 정치 선거에서 중립을 해야 하는데, 표정은 중립이 잘 안됐지만 중립을 하려 노력했다"며 선거 후 "한 2~3일은 저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뼈아픈 패배였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패배의 원인을 바깥으로 돌리기 보다는 "그조차도 우리 국민이 제게,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라며 "결론은 나의 부족함"이라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를 야당에 내준 탓에 일각에서는 4년간의 불편한 동행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국정 기조는 바뀔 것이 없고,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변화 없음'을 선언했다.
 
특히 "정치적 요소나 이런 것보다는, 그냥 주어진 권한을 갖고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지금보다 더 해야겠다"며 "오히려 내각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있는 힘을 다해서 전력질주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요 정책의 노선 변화나 절충점 마련을 통해 잡음을 최소화하기보다는, 기존에 정해진 국정과제를 그대로 추진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직접 평가를 받겠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초격차 산업 강국', '글로벌 외교안보 강국', '규범과 규칙이 확실히 지켜지는 정상사회',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정부'까지 4가지 국정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 역시 그간 강조해 오던 내용들과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았다.

"청년들에게 감사"하며 '부정선거' 선긋기…3부 협력 이끌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사태에 대해서는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위법행위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오히려 '긍정 평가'를 하며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을 보며 '나도 민감도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며 "적당히 넘어갈 뻔했는데, 그랬으면 이런 일이 또 생겼을 것 아닌가.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해 준 청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절차적 정당성만 따지다가 참정권이라는 국민 주권을 소홀히 여길 뻔했다는 의미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부정선거론과 연결되지 않도록 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자칫 정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 대통령은 "부정선거론과 좀 뒤섞여 있기는 한데 좀 다르다"며 "정치적 목적을 갖고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을, 끊임없는 선동과 세뇌를 통해 뭔가 세력화의 수단으로 삼는 것과 '우리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투표를 못할 수가 있어'라는 문제 제기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참정권 침해와 선거관리 부실을 규탄하는 청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거듭 두 사안을 분리하면서 시민들을 진정시켰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라는 대형 행사가 이미 예정돼 있었음에도, 이날 오후 4부 요인 회동을 열고 함께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행보에 동참하듯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는 정부의 수사, 국회의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관계자들에게 행정적·법적 책임을 묻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선거관리 대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독립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위를 고려해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는 없지만,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가 모두 나서서 실질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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