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재선거 주장으로 끌고 가자 당내에서는 난감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중 입장이 가장 난처한 건 이 사태를 뚫고 가까스로 5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당선 후 잠잠하더니…'재선거' 재점화
장 대표가 처음 재투표를 입에 올린 건 지난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면서다. 그러다 오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6만여 표 차로 누르며 당선을 확정짓자 당내에서 재투표 제안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분위기였다.하지만 지난 주말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을 찾은 뒤 장 대표는 다시 재선거 의제에 맹렬하게 천착 중이다. 국정조사·특검보다 재선거가 근본 대책이며 실시 범위도 전국구로 넓혀야 한다고 요구한다.
장 대표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했으면 전면적 재선거를 실시하는 게 답"이라고 했다. 이어 "어느 곳을 하나 콕 집어서 '여긴 재선거를 하고, 여긴 하지 말자'고 논할 단계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캠프 "교감도 없었다"
오 시장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본투표일 선관위 사태에 대한 캠프 방침은 개표를 미루자는 것이었지, 선거 자체를 무효화하자는 노선은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장 대표가 재선거를 주장하기 전 오 시장 측과 사전 교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초선 김재섭 의원은 채널A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위는) 송파구의회 내지는 시의원, 비례대표 (정도)"라며 "(서울시장 재선거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오 시장 낙선 목적이 아니라면, 재선거 주장의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얘기다.
물밑에선 장 대표에 대한 반감이 확연히 감지된다. 오 시장 측에서는 장 대표가 서울 승리를 '선방'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오 시장이 당선된 선거를 무효화하자는 건 논리적 모순이 아니냐고 꼬집는다.
오세훈 캠프에 참여했던 당의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장 대표는) 오 시장이 당선된 게 싫은 건가, 못마땅한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 인사는 "참정권이 제한된 건 일부 문제가 된 투표잖나. 재선거를 주장하는 쪽은 오히려 '정원오 캠프'여야 하지 않나"라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다른 캠프 관계자도 "설령 오 시장이 졌더라도 우리가 먼저 '재선거' 주장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재선거 가부에 말 아끼는 吳
당 일각에선 판사 출신인 장 대표가 재선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권 연장의 빌미로 '재선거' 구호를 활용한다는 해석이다. 오 시장 선거를 도운 한 원외 인사는 "자리를 더 연명하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도 "국정조사가 당론이지, 재선거는 그렇게 정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가 지금 당력을 집중해야 할 곳은 선거제도나 선관위 개혁이지, 재선거 이슈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재선거 가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6일 선관위 사태 관련 '서울특별시장 담화문'에서도 △철저하고 투명한 진상조사 △책임자에 대한 엄중 처벌 △선거관리시스템 전면 개혁 촉구 등 원론적 언급만 했다. 그는 "정부는 서울시민의 소중한 한 표가 당국의 무능으로 인해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재선거가 당론이 맞는지를 묻는 질의에 "당론은 아니다"라면서 "10일 선출될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목소리를 담아 당론을 정리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