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에도 맞지 않는 싸구려 전기설비를 우수조달물품으로 속여 군부대에 납품한 업체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덜미를 잡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저가의 규격미달 전기설비를 특허가 있는 고가의 우수조달물품으로 속여 수년간 전국 군부대에 납품한 업체를 적발해 국방부, 경찰청, 조달청 등 관계기관에 이첩했다고 9일 밝혔다.
권익위는 해당 업체의 군부대 부정납품 규모가 약 175억 원(계약 195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권익위는 우수조달물품과 관련된 ㄱ업체의 군부대 납품비리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우수조달물품'은 중소기업·초기 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기전자·기계장치 등 8개 분야에서 해당 기업이 직접 만든 신기술 적용 제품이나, 특허·실용신안 적용 제품 등을 대상으로 심사해 조달청장이 우수제품으로 지정한 물품들이다.
'우수조달물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반드시 제품을 직접 생산해야 하는 대신,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입점할 수 있고 수의계약 등에서도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신고 내용에 따르면, ㄱ업체는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배전반·분전반을 납품한다면서, 실제로는 직접 생산하지도 않은 저가의 규격 미달 제품을 군부대에 납품하고 있었다.
권익위는 ㄱ업체와 계약한 다른 군부대에도 규격 미달 제품이 납품됐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방부 직할 부대 및 육군·해군·공군 등 12개 부대가 ㄱ업체와 맺은 계약 80건을 표본으로 선별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80건의 계약 모두 납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ㄱ업체가 우수조달물품인 배전반·분전반을 직접 생산해 납품하지 않고, 무자격 업체가 생산한 규격 미달의 저가 제품을 납품했던 것이다.
납품 후 해당 전기설비에 대한 군의 검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 시설은 격납고, 통신시설, 지휘통제시설 등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시설이 포함돼 장병의 안전은 물론 국가안보와 직결되는데도 우수조달물품 설치 여부를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도 계약을 발주하기 위한 설계단계에서부터 ㄱ업체의 제품번호 등을 특정했는데, 이 때 따로 심의해야 하지만 절차를 어기고 ㄱ업체의 제품을 지정한 정황도 확인됐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 드러난 납품 비리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추가 비리를 적발하도록 해당 신고사건을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이첩했다.
또 이러한 부패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정 제품을 설계단계에서 명시하지 않도록 관련 절차를 강화하도록 국방부 및 조달청에 권고했다.
또 조달우수제품에 대한 이미지·영상 자료 및 일반제품과 구분되는 특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납품 검수 단계에서도 우수조달물품 특징을 확인하는 작업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권익위 이명순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국가의 튼튼한 안보를 위해 군 시설의 안전과 관련된 납품비리는 더욱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우수조달물품 지정제도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지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납품비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