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유럽연합(EU) 대규모 연구기금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의 과제로 차세대 양자암호 기술을 개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과제는 유럽 3개국과 공동 협력하는 다국가 프로젝트로 향후 3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호라이즌은 EU에서 운영하는 대표적인 연구기금으로, 규모는 약 955억 유로(약 170조 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아시아 국가 최초로 준회원국으로 가입해 유럽으로부터 직접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SKT는 양자암호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시아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연구비를 지원받는 기회를 얻었다.
이번 과제 목표는 통신 보안 강화를 위해 차세대 'QPIC-AI(Quantum Photonic Integrated Circuit-AI)' 기반의 양자키분배(QKD) 시스템을 구현, 실증하는 것이다.
QKD(Quantum Key Distribution)는 양자 역학의 특성을 기반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양쪽에서 동시에 양자 암호키를 생성과 분배하는 기술이다. 제3자가 중간에서 가로채려는 순간 양자의 물리적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해 현존하는 암호체계 가운데 가장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QKD 시스템은 보급에 한계가 있다. 단일 광자 광원·간섭계 등 정밀 광학 부품들을 각각 개별 장비 형태로 조립·정렬해야 해 시스템이 크고 무거우며, 구축 비용에 부담이 있다. QKD 시스템의 소형화·구축 비용 절감은 양자암호 통신 시장 저변 확대의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SKT가 이번 과제를 통해 개발하는 'QPIC-AI'는 이 문제를 두 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러 장비가 필요했던 광학 부품들을 반도체 공정 기술 광자집적회로(Photonic Integrated Circuit·PIC)로 하나의 작은 칩에 집약해 시스템을 대폭 소형화한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이 과거의 카메라 전체를 칩 하나로 압축했듯, 대형 광학 장비를 칩 한 장으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또, 임베디드 AI를 탑재해 온도·진동 등 외부 환경 변화로 흔들리는 광학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보정함으로써 QKD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인다.
이밖에 유럽 국가와의 공동연구는 국제 표준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유럽은 양자암호 기술 인증 기준에 차이가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국가 간 차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추후 국제 표준화 기구들의 인증 기준을 하나로 통합하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T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1년부터 15년 이상 양자암호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해 왔다. 다양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위사업청 사업 수주와 참여를 통해, 유선 QKD 기술을 무선·위성 QKD 기술로의 확장, 10Gbps급 고성능 양자난수생성기 (QRNG) 기술 등 차세대 양자암호 기술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T 류탁기 네트워크기술담당은 "이번 수주는 SKT의 양자암호 기술 연구개발 역량을 확인한 계기로, PIC기술과 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QKD 시스템 개발을 통해 글로벌 양자암호 통신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다국적 협력을 통해 얻은 경험과 성과는 향후 국내 양자 기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