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유령 노동, 문화 창작의 위기

'AI 시대, 교회에 묻다' 시즌2 노동의 증발 7편
AI로 인해 '위태로운 노동의 증식' 발생
추출주의적 속성이 창작자 통제권 앗아가
저품질 결과물 수정하는 '워크 슬롭' 현상
창조성 잃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 모색해야


[앵커]

CBS는 폭발적인 AI 기술 발전으로 점차 해체되어 가는 인간의 노동 문제를 진단하고 기독교적 대안을 모색해보고 있습니다.

AI 기술 도입으로 인간의 노동이 대체될 것이란 환상과 달리 문화 창작자들의 업무는 고강도 후처리 노동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AI 시대, 교회에 묻다' 시즌2 '노동의 증발(蒸發)' 일곱 번째 시간.

오늘은 AI가 만든 유령 노동과 문화 창작의 위기를 최창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영상 소개) 애니메이션 '태권켓'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 지원 선정작

독창적인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구슬땀을 흘려온 문화 창작자들은 지금의 AI 기술 발전을 어떻게 느낄까.

애니메이션 창작자 홍정민 감독은 AI 발전 속도를 쫒아가기 위해 지난 몇 개월 동안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홍정민 감독 /스튜디오 여우별 대표]
"한번 생성을 딱 누르면 15분이 나와요 곧 있으면. 이 기술이 불과 1년이 안됐는데 오고 있다는 거죠. 창작자들은 이 부분에서 대비하지 않으면 기술이 이미 이렇게 왔는데 내가 만들 수 있는 게 없으면 지옥 같은 상황이 펼쳐지는 거죠. 아무 것도 못하는 거죠."

자고 일어나면 진화하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공포감을 넘어 창작자들의 창작 욕구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창작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홍정민 감독 /스튜디오 여우별 대표]
"아마 창작자들은 거의 다 똑같이 느꼈을 겁니다. 왜냐하면 내 그림을 한두장 그리는 게 아니라 그걸 가지고 걷고 뛰는 걸 다 만들어주니까. 두려움은 있지만 이걸 내가 통제하는 게 중요한 거지 통제하지 못하고 휩쓸리면 난리가 나겠죠. 통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창작자들이 해야 할 부분이라고…."

(장소) 한국포스트휴먼학회 학술대회 '노동과 포스트휴먼'
/지난달 29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사회학자들은 AI가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개입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위태로운 노동의 증식'이 발생한다고 분석합니다.

또 AI 기술의 세련된 외양 뒤는 인간의 문화적 자산을 대가 없이 무단으로 긁어모으는 추출주의적 속성이
문화 창작자의 통제권과 자부심을 앗아간다고 진단합니다.

[이광석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이후연구소장]
"AI에 맡겼을 때 그것이 가져온 결과물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떨어진다고 얘기해요. 그래서 과거와 비교해 1~100까지 본인의 통제력 안에 있던 것들이 점점 흐트러진다고 얘기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부터 상실감 같은 것이 오고 전체 일의 통제력 자체를 잃는…."

문화 창작자들은 점차 기획과 모델링의 통합적이던 공정이 해체되고 주도권을 알고리즘에 외주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AI가 만든 조각들을 그냥 조립하는 하청 노동자로 전락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미적 작품을 만드는 능력을 잃게 된다는 겁니다.

또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환상적인 산출물을 만들어줄 것으로 착각하지만 현실은 검증, 교차 확인, 맥락 조정, 오류 수정의 지난한 과정을 거칩니다.

저품질 결과물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업무효율성이 떨어지는 이른바 '워크슬롭(Work Slop)' 현상으로 인해
창작의 기쁨은 사라지고 사후 관리 노동만 남게 되는 겁니다.

[이광석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이후연구소장]
"전 세계적으로 워크슬롭이 지금 어마어마하게 심각하다. 이게 노동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이것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결과값이 품질이 좋지 않다는 것, 그로부터 만들어 낸 것들을 고치는 과정 속에서 걸리는 비용이나 시간 이런 것들로 굉장히 애를 먹고 있다는…."

AI 낙관론에 매몰된 한국 사회에서 인간 중심적인 노동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실증적인 현장 연구와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교회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인간이 효율만을 중시하는 AI 기술 발전 속에서도 창조성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CBS뉴스 최창민입니다.

[영상 기자 최내호] [영상 편집 서원익]
[영상 제공 스튜디오 여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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