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은 말이 아닌 책임과 행동"…학동참사 5주기 추모식 엄수

유가족, 정치권 향해 "말뿐인 추모 대신 책임과 행동" 촉구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참사 5년 만에 추모공간 계획 발표
사고 버스 '운림 54번' 영구 보존 방식은 여전히 숙제

9일 오후 광주 동구청 광장에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5주기 추모식'이 거행됐다. 사진은 오후 4시 22분에 맞춰 내빈이 추모 묵념을 하는 모습. 한아름 기자

철거 중이던 아파트 재개발 단지 안 건물이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5주기 추모식이 엄수됐다.

참사 발생 5년 만에 추모 공간 조성 계획이 처음으로 공개되자 유가족들은 정치권과 지자체를 향해 말 뿐인 추모 대신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촉구했다.
 
광주시와 동구청은 9일 오후 광주 동구청 광장에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5주기 추모식'을 엄수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참사 유가족을 비롯해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임택 동구청장, 양부남 국회의원과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참사 발생 시각인 오후 4시 22분에 맞춰 일제히 거행된 추모 묵념을 시작으로 헌화, 유가족 말씀,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발언, 추모사, 추모공간 조성계획 설명 순으로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5년이 흘러도 아물지 않은 그날의 기억 앞에 눈시울을 붉혔다.

9일 오후 광주 동구청 광장에서 열린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5주기 추모식'에서 이진의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

어머니를 잃은 이진의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수년 동안 반복되는 정치권의 형식적인 행동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추모식 때마다 수많은 정치인이 오가고 추모사를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며 "내년에도 같은 추모사를 하고 다음 날부터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아갈 것이라면 추모사를 하지 말아달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추모사가 아니라 책임과 행동"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 대표는 유가족 뜻이 반영된 추모 공간의 차질 없는 완공, 사고 버스 '운림 54번'의 영구 보존, 그리고 새롭게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차원의 재난 피해자 권리 보장 및 지원 체계 제도화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임택 동구청장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 기본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서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참석해 처음으로 추모공간 조성 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추모공간은 학동4구역 재개발 아파트 옆에 신축될 학동행정복합센터 전면 연결녹지 부지에 약 330㎡ 규모로 마련된다.

'시간의 순환'을 주제로 바닥에 원형 산책로를 조성하고, 중심부에 그늘목을 심을 계획이다. 한쪽에는 희생자 9명을 상징하는 수목 9그루를 심어 일상적인 추모·휴식 공간으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슬픔의 감정을 공유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공적인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세부적인 사항은 마지막까지 유가족분들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추모공간은 아파트 단지 준공 직전인 2029년 5월쯤 조성될 예정이다.

한편 참사 현장의 유일한 형체적 증거물인 사고 버스 '운림 54번'은 어떻게 보존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해당 버스는 광주 북구 각화정수장에 마련된 임시 컨테이너 창고에 보관돼 있다.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는 지난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친 사고다.

이 사고로 탑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으며, 수사 결과 무리한 해체 공법과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날림 공사가 원인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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