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비 행정 실수가 산재 피해자 책임? 권익위 "환수 취소"

하반신 마비된 산재 피해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비 지원 받았는데
요양 기간 끝나면 건보로 지원받을 수 있는데 착오로 요양비 추가 지급…공단, 뒤늦게 환수 결정
권익위 "미리 안내하지 않은 공단 잘못…환수 취소하고, 관련 제도 정비하라"

연합뉴스

산업재해를 입어 하반신이 마비된 노동자에게 실수로 지급한 요양비를 환수하는 대신 의료 지원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졌다.

10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산업재해 요양이 종결된 자에게 산재 요양비를 착오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비 환수 결정을 취소하고, 향후 이러한 착오 지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요양비 지급 시스템을 정비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표명했다.

ㄱ씨는 2021년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척수손상을 입어 하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스스로 배뇨가 불가능해 2022년 9월부터 소변을 배출하기 위한 자가도뇨 카테터를 구입해 사용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본인 부담 치료비(요양비)를 청구해 비용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올해 4월 7일, 공단은 ㄱ씨에게 산업재해 요양이 종결됐는데도 그동안 요양비를 잘못 지급했다고 알려왔다.

이에 따라 공단이 해당 기간 지급된 요양비를 부당이득으로 보고 환수하겠다고 결정하자, ㄱ씨는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자가도뇨 카테터를 구입하기 위해 공단에서 요양비를 지급받는 경우, 산재 요양이 종결되면 공단에 '자가도뇨 소모성 재료 급여대상자'로 따로 등록하고, 건강보험을 통해 관련 요양비를 지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단은 ㄱ씨의 산재 요양이 2024년 5월에 종결됐지만, 1년 이상 관련 요양비를 계속 지급하다 올해 4월에서야 갑자기 착오 지급됐다며 그간 지급된 요양비 449만 1천 원에 대해 환수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신청인에게 고의·중과실의 귀책 사유가 없는 한, 환수 결정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상 필요가 신청인이 입게 될 불이익보다 중요하거나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애초 산재 요양이 끝나면 곧바로 공단에서 먼저 ㄱ씨에 대한 요양비 지급을 중단했어야 했는데도 5회에 걸쳐 요양비를 지급 결정했고, 이로 인해 공단에 급여대상자로 등록하기 이전 기간에 대한 요양비를 공단에서 소급해 지급받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청인이 산재 요양을 마친 후 건강보험을 통해 관련 요양비를 대신 지급받을 수 있도록 미리 안내하지 않은 점에 대해 권익위는 공단이 책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또 비록 산재 요양은 종결됐지만 회복할 수 없는 신체장해가 남아 자가도뇨가 불가피한 중증 환자에게 공공기관의 행정 과실과 행정 소홀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공단에 산재 요양비 환수 결정을 취소하도록 의견표명했다.

한편 권익위는 산재 요양 종결은 의료지원의 중단이 아닌 건강보험 체계로의 전환이므로, 공적 보험체계 간의 전환이 이뤄질 때 지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공공기관의 책무이며,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의 급여체계가 복잡해서 일반 국민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ㄱ씨처럼 산재 요양 종결이 임박한 경우, 이후 발생하는 자가도뇨 카테터 구입에 관한 요양비를 급여대상자로 등록해 건강보험에서 지급받도록 사전에 안내하고, 요양비 지급 시스템을 정비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공단에 의견표명했다.

권익위 한삼석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산재보험과 건강보험 등 공적 보험체계 간의 전환과정에서 행정적 안내 부족이나 시스템 미비로 국민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도 권익위는 국민의 고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제도적 사각지대를 함께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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