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드는 생각은… 최고를 많이 생각했었던 거 같아요, 예전엔. (지금은) 최고를 생각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있어서 내가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최고도 좋지만, 최고를 바라지만 항상 그것보단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그룹 갓세븐(GOT7)의 리더 제이비가 3년 8개월 만에 새 미니앨범을 냈다. 세 번째 미니앨범 '트리'(TR.EE)는 "나무가 성장하는 원동력은 흔들리기 때문이다. (…) 깊은 뿌리는 많이 흔들려 본 경험이다"라는 유영만의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를 보고 떠올려 지은 제목이다.
흔들림을 무너짐이 아니라 더 깊어지기 위한 과정으로 바라보고 만든 '트리'는 타이틀곡 '레이백'(Layback)을 비롯해 '홀드 온투 마이 백'(Hold onto My Back) '오버플로우'(Overflow) '원 콜 어웨이'(One Call Away) '타임'(Time) '위'(We)까지 총 6곡이 수록됐다. 제이비는 전 곡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제이비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성수율뮤직에서 음감회(음악감상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코미디언 유재필이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는 '트리' 수록곡 전 곡 일부와 곡 소개를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적응할 때도 됐는데 긴장도 많이 된다"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한 제이비는 "하나의 소설책같이 보일 수 있게, 들릴 수 있게 많이 신경 써서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타이틀곡 '레이백'은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관계의 온도와 긴장감을 소리로 구현한 곡이다. 제이비는 "일단 베이스로 시작한다. 제가 느낄 때는 따뜻한 느낌과 좀 섹시한 느낌이 있다. 그와 반대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거친 느낌도 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웃트로 부분에는 되려 공허한 느낌도 첨가하려고 노력 많이 해서 그런 부분에 신경 써 (들어)주시면 좋을 거 같다. 보컬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제 톤을 다양하게 쓸 수 있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레이백'뿐 아니라 여섯 곡 보컬 톤을 잘 들어주시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첫 번째 곡 '홀드 온투 마이 백'은 "드라이브할 때나 대교 건널 때" 듣기 좋은 노래라고 제이비는 소개했다. 그는 "마냥 잔잔하지 않고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는 곡이라서 바람 딱 맞으면서 드라이브하면서 들으면 좋을 거 같다"라고 부연했다.
기타 소리를 거꾸로 하는 리버스 기타 사운드가 들어간 '오버플로우'를 두고, 제이비는 "좀 다른 톤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다"라고 운을 뗐다. 함께 작업하는 형들과 이렇게 해 볼까 저렇게 해 볼까 밤새운 흔적이 곡에 고스란히 남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후렴 파트다. 제이비는 "후렴 파트에 들어갈 때 제 목소리가 약간 갈린다. 이게 사실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녹음하다가 우연히 녹음이 돼서 '어? 이거 느낌 좋은데' 하게 돼서 그 부분이 굉장히, 제 귀에는 계속 남더라. 약간 호흡 9, 소리 1 이런 식으로 하긴 했다"라고 말했다.
'원 콜 어웨이'에 관해서는 "문득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어떤 상황이 그리워질 때 들으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약간 자기 전에 불 꺼놓은 방 안에서 들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가사는 그런 내용이 아니지만 감정적으로는 슬픔을 담으려고 했다는 제이비는 "위로도 되고 공감도 되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1990년대 향이 묻어나는 알앤비 트랙 '타임'은 "듣기 편한 곡"이자 "고개를 절로 (움직이는) 그루브 타게 되는 노래"다. 일본의 힙합 프로듀서이자 DJ로 마니아층을 보유한 누자베스(Nujabes)에게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
제이비는 "누자베스님 음악이 접하기 쉽다는 건 아니지만 제가 해석한 이 노래는 조금 접근하기 쉬운 음악이 아닐까. 단순하게 메이킹하려고 했고 아무래도 몽환적인 딜레이를 많이 걸고, 리버브를 많이 주고 이런 걸 담기는 했는데 최대한 심플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한 곡이라서 듣기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위'다. "타이틀곡은 '레이백'이 맞는데, 이번 앨범에서 가장 뿌리가 되는 곡은 이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곡을 통해서 '트리'라는 앨범을 작업하게 됐다"라는 제이비는 "뿌리는 땅 밑에 있지 않나. 그래서 6번에 배치했다"라고 밝혔다. 보사노바를 알앤비적으로 풀어내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들리도록 작업했다.
곡 순서를 짜는 것부터, 어떤 질감의 사운드를 넣을 것인지까지 세세한 부분에 신경 썼다는 제이비.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자, 그는 "'위'가 뿌리가 되는 것 같아서 그 뿌리를 관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걸 표현했다. 그게 약간 딥(deep)해지는 단계가 세 번째 트랙 '오버플로우'인 것 같다. 두 번째 트랙(타이틀곡 '레이백')은 사실 저는 1번으로 배치하고 싶은데 너무 감정이 고조되는 곡 같아서 두 번째로 배치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1번부터 3번 곡까지는 조금 강렬하면서 조금 지저분한 느낌을 가미하려고 했다. 이게 개인적인 취향인데, (음악에) 개인적인 취향을 반드시 (적용)할 수는 없지 않나. 약간만 했으면 좋겠다 해서 디스토션도 걸었다. 4번부터 6번까지는 누자베스님의 리듬감은 가지고 가는데 사운드적으로는 최대한 깔끔하고 세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됐다. 트랙 텍스처랑은 다르게 보컬 텍스처가 조금 더 몽환적이고 빈티지했으면 좋겠다고 믹스할 때 생각했던 거 같다"라고 부연했다.
새 앨범 '트리'는 새로운 소속사 528헤르츠(㎐)와 함께한 후 처음 내는 결과물이다. 새 환경에서 작업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 제이비는 "이번에는 항상 보여주고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좀 내려놨다"라며 "528헤르츠는 제가 추구하는 방향을 지지해 주는 곳이라서 좀 더 저를 많이 생각한 거 같다. 어떤 걸 표현하고 싶은지, 어떤 걸 리스너분들이 듣고 싶은지 저도 고민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 같다"라고 답했다.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게 된 계기를 물으니, 제이비는 "뭐라 해야 하지? 기대를 많이 하다 보면 사실 좀 실망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근데 이게 제 자신에 대한 질책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면…"이라며 "제가 음악을 하고 춤을 추고 했던 시작은 '그냥 즐거워서'였던 것 같다. 조금 더 그거에 다가가, 그렇게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대하다 보니까 저도 많이 여유로워졌다"라고 돌아봤다.
내려놨음에도 앨범을 준비하며 포기할 수 없었던 것 질문에 제이비는 "아, 많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곧장 "이건 성과랑은 거리가 멀다. 제가 생각하는 알앤비 음악, 이 선에서 벗어나면 안 되겠다는 저만의 약간 두터운 벽이 있다. 그걸 조금 내려놓지 못한 부분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제이비는 "곡을 쓰고 작가 활동도 하고 있지만 좀 열려 있다. 사실 가수로서 좋은 곡을 받아서 해야지 하는 생각도 열려 있는데 잘 포기가 안 된다. 제 귀에는 제 음악이 익숙하니까 이게 포기가 안 된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 이름 걸고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놓기는 약간 힘들었던 것 같아요."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이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뭔가 플레이리스트에 저장이 돼서 봤던 책을 또 꺼내보는 거 같이 또 듣고, 이 상황에 또 듣고 그랬으면 좋겠고… 아, 너무 많이 바라나? (일동 웃음) 그리고 들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캐치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의도한 거든, 의도한 게 아니든. 어떨 때는 그 가수가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청자가) 새로운 걸 캐치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 앨범이었으면 좋겠어요."
"영혼이 들어갔다고 생각"할 만큼 공들인 제이비의 미니 3집 '트리'는 오늘(10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