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신용 투자자들에게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최근 사흘간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가 5천억원에 육박한 데다 시장 변동성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급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이틀 만에 6천억원이 넘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끌어다 쓰며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
코스피 급등락에 사흘간 '4700억원' 강제청산
코스피 급등락에 따른 후폭풍으로 반대매매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사흘간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4751억원으로 5천억원에 육박했다.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사실상 단기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초단기 레버리지 투자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결제일(T+2)까지 대금을 내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한다. 결제 기한이 짧아 주가가 급락할 경우 반대매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1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0월 18일(2767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코스피가 각각 5.54%, 8.29% 급락했던 지난 5일과 8일에도 1661억원, 1391억원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최근 한 달간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1조 2670억원으로, 올해 1월(2166억원)의 6배, 4월(2642억원)의 5배를 웃돌았다.
주식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의 규모를 뜻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역대급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38조226억원으로 사상 처음 38조원을 넘어선 뒤 이달 9일에도 37조9290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빚투 규모가 좀처럼 줄지 않는 상황에서 코스피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일부 물량이 반대매매로 출회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주가 반등을 기다릴 여지 없이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당하고, 매도 물량이 장 시작 전 동시호가에 집중돼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나아가 급락장에서는 반대매매 물량이 추가 매도로 이어지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급락장에서는 반대매매 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상승장에 빚을 내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짚었다.
VKOSPI 사상 최고…예상 뛰어넘은 변동성
사상 최고 수준의 빚투 규모가 유지되는 가운데 증시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추가 반대매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달 15일 장중 8천선을 처음 돌파하며 9천선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달 들어서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일 5.54%, 8일 8.29% 각각 급락한 뒤 9일에는 8.18% 급등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으나, 10일 다시 4.52% 하락했다. 불과 4거래일 사이 세 차례 4% 이상 움직이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진 것이다.
코스피200 옵션의 내재변동성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한국형 공포지수' VKOSPI는 지난 9일 91.23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에도 88.31을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최근에는 시장의 예상보다 실제 주가 움직임이 더 거칠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VKOSPI가 90 수준이면 시장은 하루 약 ±5.7% 안팎의 등락을 예상한다. 하지만 코스피는 최근 8%대 급락과 급등을 연이어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변동성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시장이 예상한 수준보다 실제 주가 변동 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VKOSPI를 산출하고 거래하는 파생상품 시장조차, 이미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을 프라이싱했음에도 실제 주가 변동성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최근 지수 변화가 무질서해졌다"며 "현물, 레버리지 ETF 수급의 대부분이 주도주인 반도체에 집중되고, 이들 반도체의 코스피 영향력이 높은 환경이 지속되는 한 무질서한 가격 움직임과 빈번하게 마주할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 출렁여도 6천억 '마통' 뚫었다
반면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급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마이너스통장까지 동원해 증시에 뛰어들고 있다.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42조951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1월 말(43조1063억원)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코스피가 급격한 조정을 겪은 지난 5일과 8일 이틀 동안에만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6085억원 늘었다. 5일 1367억원, 8일 4719억원 증가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4월 말 39조7877억원이던 잔액은 5월 말 41조5324억원으로 1조7447억원 늘어난 데 이어, 6월 들어서도 5영업일 만에 1조4191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빚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충남대학교 정세은 경제학과 교수는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지금이 가장 쌀 때라는 인식과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강해진 측면이 있다"며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까지 동원해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한성대학교 김상봉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신용융자의 경우 반대매매에 노출될 수 있고,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한 투자 역시 급락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