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명함 돌렸던 젠슨 황 "韓 같이 성장, 가죽재킷 입는 이유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류영주 기자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의 창립자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용산 전자상가를 돌며 직접 영업했던 일화를 공개하며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젠슨 황 CEO는 10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한국과 엔비디아는 비슷한 시기에 성장했다"며 "한국의 기술 산업은 인터넷과 게임 산업에서 시작됐다. 그 덕에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도 잘 팔렸다"고 밝혔다.

그는 1996년 고(故)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으로부터 "한국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비디오 게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내용의 손 편지를 받고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용산 전자상가를 직접 명함을 돌렸고, 상인들과 회식까지 함께했다고 한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와 한국 기술 산업은 같은 궤적을 그리며 성장했다"며 "e-스포츠나 비디오 게임 그리고 페이커 등과 같은 한국 게이머가 없었으면 엔비디아도 신드롬을 일으키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한국이 늘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 시작된 e-스포츠가 세계로 퍼졌기 때문에 전 세계 게이머들이 엔비디아를 구매했다"며 "그래서 한국에 큰 사랑을 느낀다.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공

1964년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난 그는 9살 때 미국으로 넘어왔다. 이후 100여 명이 생활하는 남자 기숙사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며 학업을 이어갔고, 1993년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설거지하면서 남는 식당 공간에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당시 파산을 한 달 앞둘 정도로 경영이 악화되기도 했다.

그는 "그때는 무서웠다. 엄청나게 걱정됐다. 회사에 수많은 사람들이 입사했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우리의 목표를 믿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인생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하지만 어려운 상황일 수록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모든 구성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더 영민해지더라"며 "난 그걸 좋아한다. 그래서 위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상황이 힘들 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웃었다.

인생에 대한 조언도 전했다. 그는 "살면서 반드시 고생해야 하는 건 아니"라며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고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식을 얻기는 쉽다. 인터넷도 있고 정보는 많지만 인격과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게 어렵다"며 "이런 건 오직 실패와 극복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설거지를 할 때도, 화장실을 청소할 때도, 신문을 배달할 때도 100% 최선을 다했다"며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서 하려고 한다. 무슨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13년부터 고수하고 있는 가죽 재킷 패션에 대한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그는 "아내가 입으라고 해서 입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아내가 준비한다"며 "나는 쇼핑을 안 한다. 17살 때 아내를 만난 이후로 쇼핑을 멈췄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가진 이른바 '삼쏘(삼겹살+소주)' 회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삼겹살을 참기름 소금장을 처음 찍어 먹어봤는데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맛있었다"며 "고기는 다 같이 구웠는데 KM(구 회장)이 가장 많이 구웠다. 내가 제일 나이가 많고 KM은 막내"라고 웃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 회장 가운데 가장 친한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그들 모두와 친하다"며 "모두 성공하기를 바란다. 세 사람 모두 훌륭한 세계적 리더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Golden)'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젠슨 황 CEO는 "'골든'을 누가 안 좋아하겠느냐"며 노래 후렴구인 '업(up)'을 따라 부르고 춤까지 추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골든'은 한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노래기도 하다"며 "K팝 등 한국의 문화를 수출하고 청년들의 열정을 퍼뜨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젠슨 황 CEO는 AI(인공지능)에 대해 "컴퓨터는 어렵지만 AI는 쉽다. 자영업자도 웹사이트나 앱을 만들어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다"며 "AI에게 도와달라고 하시라. AI가 기술 격차를 줄이게 됐다. 모든 분들이 그 혜택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젠슨 황 CEO는 지난 9일 닷새간의 방한 일정을 마친 뒤 "한국에는 로보틱스와 AI 인프라 분야에 매우 큰 기회들이 있다"며 "제가 한국에 다시 올 기회는 아주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AI, 반도체,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주용 산업 분야의 대기업과 스타트업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협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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