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무등록 변호' 권순일 공소기각…법원 "檢 수사개시권 없어"

검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법원 "검찰 수사개시권 없는 범죄 해당"

권순일 전 대법관. 연합뉴스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며 법률 자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이 1심에서 공소기각됐다. 법원은 검찰이 수사개시권이 없는 범죄에 대해 직접 수사를 시작한 뒤 기소까지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김대규 부장판사는 11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대법관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소송 서류를 작성하는 등 법률사무를 수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측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2024년 8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는 변호사법 위반죄에 해당하므로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각목에서 정한 검사의 수사개시권이 인정되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변호사법 위반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죄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수사개시권이 있는 범죄와의 관련성을 이유로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서 검사의 수사개시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검사가 인지한 경우여야 한다"며 "이 사건 변호사법 위반의 경우는 검사가 인지한 경우가 아니라 당초 고발장에 포함된 내용에 불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건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됐다가 다시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온 경위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변호사법 위반의 점을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송했다가 다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재이송받은 것은 필요적 이송 사유가 아니라 임의적 이송사유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가 수사개시권을 가지지 않은 범죄에 대해 사법경찰관의 1차적인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 행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수사상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이송받아 직접 수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권 전 대법관은 기자들과 만나 "수사기관의 위법 행위로 인권을 침해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들이 많다"며 "진상을 조사해 위법 행위를 밝히고 위법 행위를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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