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FAB)이 들어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남·광주 투자 가능성이 잇따라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대규모 용수 확보 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역사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광주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생활하수 고도처리 재이용과 해수 담수화, 기존 수자원 활용 방안 등이 함께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하루 100만톤 규모의 용수 확보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단순 첨단 패키징 시설을 넘어 실제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물 집약 산업이다. 특히 웨이퍼 생산과 세정 공정이 이뤄지는 반도체 팹은 막대한 양의 초순수가 필요해 안정적인 용수 공급 체계가 입지 선정의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역 산업계에서는 최근 거론되는 해수 담수화와 생활하수 재이용 검토가 단순 연구시설이나 패키징 공장을 넘어 보다 큰 규모의 생산시설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해수 담수화는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해수 담수화는 수천억원대 시설 투자와 대규모 송수관망 구축이 필요한 사업으로, 통상 일반 산업시설보다는 반도체 팹이나 초대형 국가산단급 프로젝트에서 검토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생산규모가 크지 않은 일반 산업시설의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는 만큼 검토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 AI 산업 성장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생산시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현재 경기 평택과 용인에서 진행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AI 반도체와 HBM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생산거점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AI 산업 성장으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존 생산능력만으로는 중장기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남·광주에서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정부와 함께 대규모 용수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전남·광주가 새로운 반도체 거점으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성격의 대전환기획위원장으로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파운드리사업부장을 지낸 정은승 전 사장이 선임된 점도 지역사회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를 단순 인사가 아닌 미래 성장산업 유치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광주는 AI 산업과 연구개발 역량을, 전남은 대규모 산업용지와 전력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 지역 통합이 반도체 산업 유치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광주가 첨단 패키징과 연구개발 기능을 맡고 전남이 생산시설과 산업 인프라를 담당하는 형태의 새로운 반도체 벨트 조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대규모 부지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정부 차원의 후보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산업용지 확보를 위해 전남지역 내 국유지와 유휴부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군 관련 유휴부지 활용 가능성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 프로젝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초기에는 광주 군공항 이전 예정 부지 활용 가능성도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사업 추진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점 등을 고려해 현실성이 낮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광주 첨단3지구와 장성을 잇는 권역을 비롯해 해남 등 전남권 일부 지역까지 포함한 다양한 입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단순 산업시설 유치를 넘어 국가 전략산업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물론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현재까지 관련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관련 논의가 공개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부지 확보와 전력망 구축, 용수 공급 체계 마련, 환경영향평가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만큼 신중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역사회가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에는 반도체 산업 유치가 단순 희망사항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용수와 전력, 부지 등 실제 생산시설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전남·광주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지도를 바꿀 새로운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현재 거론되는 논의가 실제 투자로 이어진다면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최대 산업 프로젝트이자 지역 경제의 판을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이 현실화될 경우 직접 고용 창출은 물론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와 협력업체 증가, 인구 유입 등을 통해 지역 산업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업계 한 관계자는 "패키징 공장만 놓고 해수 담수화나 대규모 용수 확보 방안까지 검토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물론 공식 발표 전까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거론되는 정황들을 종합하면 단순 후공정보다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논의로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