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대전 일촉즉발…1인1표제 두고 충돌

與, 의원총회서 "정청래 사퇴" 공개 분출
정청래 "잘 들었다"…즉각 사퇴엔 선그어
전준위 출범 뒤 사퇴할 듯…연임 도전용
전선은 전대 룰 '1인1표'로…이해충돌 논란
정청래, 1인1표 반발에 "민주주의 지켜져야"
핍박받는 주체, '민주주의 투사'로 프레임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6·3 지방선거 책임론으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 내홍이 차기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간 충돌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책임 차원의 사퇴 요구에 선을 긋고 사실상 연임 도전 수순에 들어가면서, 당내 전선은 정 대표 거취 문제를 넘어 전당대회 '룰' 논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친청(친정청래)계는 당원주권과 민주주의를 앞세워 1인1표제 확대에 힘을 싣고 있고, 친명(친이재명)계는 이해충돌과 민심과의 괴리를 명분으로 견제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청래 사퇴" 분출했지만…


민주당은 11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6·3 지방선거 이후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정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일부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두 달 뒤 차기 전당대회가 예정된 만큼, 공정한 전당대회 관리를 위해서는 정 대표가 조속히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철민 의원은 의총에서 "우리가 진정 통합하고 전당대회 이후 당력을 결집하려면 오늘이라도 사퇴하셔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연임 도전을 앞두고 대표직을 내려놓았던 사례를 거론하며 "지금 사퇴해야 공정한 관리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 대표는 현장에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의총 뒤 취재진이 '사퇴 촉구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 대표는 "잘 들었다. 알아서 판단해달라"고만 답했다. 즉각적인 사퇴 요구에는 사실상 선을 그은 셈이다.

전당대회 전 정 대표 사퇴는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로선 그 사퇴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는 방식이라기보다, 연임 도전을 위한 절차적 사퇴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후 대표직을 내려놓고 후보 신분으로 전환하는 수순이 거론된다.

전선은 '1인1표제'로…


정 대표가 즉각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1차 전선은 '1인1표제'를 둘러싸고 형성되는 모습이다. 정 대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반영하는 1인1표제를 핵심 공약이자 '당원주권' 실현 방안으로 추진해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비공개 당무위원회에서 시도당·전국위원장 선출 방식까지 1인1표제로 바꾸는 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미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규정은 지난 2월 1인1표제로 바뀐 상태다. 이번 개정은 이를 시도당·전국위원장 선거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당내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김남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모든 권리당원이 1인1표를 행사하는 방안은 얼핏 보기에는 매우 민주적"이라면서도 "성별, 세대,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가 잘 반영되는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어 "당원투표에서 50대의 의사는 인구비율의 두 배가 반영되지만 20대의 의사는 절반도 반영되지 못한다"며 "민주당이 점점 2030세대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2030세대의 영향력이 거의 없고 특정 세대의 선호가 과도하게 반영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의원도 "민주당이 1인1표제를 도입하며 가장 앞서가는 당원주권주의 민주 정당의 모습을 보였는데 한편으로 국민의 일반적 민심과 좀 괴리되는 모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강득구 의원은 정 대표의 '1인1표' 추진 당시 "방향과 취지에 찬성하나, 현 지도부의 전당대회 재출마를 위해 도입하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원 지지세가 강한 정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룰로 바꾼 뒤 연임 도전에 나서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정청래, '민주주의 투사'로…


친청계는 일제히 1인1표제 엄호에 나섰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이 민주당의 주인도 당연히 당원"이라며 "1인1표제는 특정 계파나 특정인에게 유불리가 아니라 바로 헌법의 민주주의 원리를 당 안에서도 실현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대표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의원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1인1표를 부정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속내가 참 투명하다"며 "당원주권 민주당 역사가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다만 양측 모두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데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강득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부 권력 투쟁이 아니라 민생과 개혁 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당정청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정 대표도 "정권은 짧다" 발언에 대한 수습 차원으로 이날 약 7분간의 의총 모두발언에서 '이재명'을 15차례 언급하며 단결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우리는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라고 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정 대표는 1인1표제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1인1표제를 둘러싼 당내 이견을 다룬 기사를 공유하며 "1인1표제는 민주주의 그 자체다.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적었다.

선거에 대한 책임론에는 침묵 또는 원론적 답변으로 대응하면서도, 자신을 향한 압박은 '당원주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싸움' 프레임으로 재구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본인을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사'이자 당내 기득권에 맞서는 핍박받는 주체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연임 도전의 명분을 쌓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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