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16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승리를 거두며 북중미 월드컵의 서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황인범의 동점골과 오현규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아울러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무려 16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앞서 치른 3개 대회 1차전에서 2무 1패에 그쳤고, 특히 2018년 러시아 대회 스웨덴전(0-1 패)과 2022년 카타르 대회 우루과이전(0-0 무) 등 두 대회 연속으로 골 맛을 보지 못했던 아쉬움도 깨끗이 씻어냈다.
지난해부터 홍 감독이 공들여온 스리백 전술이 마침내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가동됐다. 이기혁(강원), 김민재(뮌헨), 이한범(미트윌란)이 중앙 수비라인을 구축했고, 좌우 윙백에는 이태석(빈)과 설영우(즈베즈다)가 배치돼 측면 공수를 책임졌다. 골문은 김승규(도쿄)가 지켰다. 중원에는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백승호(버밍엄시티)가 호흡을 맞췄으며, 손흥민(LAFC),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전방에서 삼각편대를 이뤄 체코의 골문을 겨냥했다.
경기 초반은 이강인의 독무대였다. 전반 11분 이강인은 감각적인 패스로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재성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재성의 볼 터치가 매끄럽지 못해 손흥민에게 공이 연결됐고, 이어진 슈팅은 수비수를 맞고 굴절됐다. 이강인은 전반 13분에도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김민재가 후방에서 찔러준 정확한 패스를 받은 뒤, 폭발적인 드리블에 이은 기습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아쉽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한국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주도권을 잡았고, 체코는 간결한 롱볼로 맞섰다. 전반 21분 체코의 코너킥 상황에서 토마시 소우체크의 몸에 맞은 공이 한국 골문으로 향했으나, 다행히 골대를 벗어나며 한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전반 막판에는 손흥민의 발끝이 빛났다. 전반 37분 파이널 서드에서 시도한 손흥민의 기습적인 슈팅은 크로스바 위로 벗어났다. 1분 뒤에는 김민재의 패스를 받아 다시 한번 파이널 서드로 파고든 뒤 수비진을 제쳐내고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외면했다.
손흥민은 전반 종료 직전까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추가시간 문전으로 쇄도하며 왼쪽의 이태석과 깔끔한 이대일 패스를 주고받아 슈팅 기회를 잡았으나,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면서 득점 없이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국은 다시 체코를 거세게 몰아쳤다. 후반 3분 황인범의 강력한 중거리슛이 체코 골키퍼에게 막혔고, 흘러나온 공을 이재성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아쉽게 빗나갔다. 후반 9분에는 이재성의 침투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골문 왼쪽에서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이했으나 슈팅이 가로막히며 결실을 맺지 못했다.
밀어붙이던 한국은 오히려 역습 한 방에 일격을 당했다. 후반 13분 오른쪽에서 블라디미르 초우팔이 던진 긴 스로인을 문전에 있던 라디슬라프 크레이치가 타점 높은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리드를 내준 홍명보 감독은 후반 17분 이재성을 빼고 황희찬(울버햄프턴)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꾀했다.
용병술은 곧바로 효과를 봤다. 후반 22분 황인범이 이강인의 감각적인 침투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쇄도했다. 황인범은 수비수 2명을 침착하게 제쳐낸 뒤 골키퍼까지 속이는 노련한 플레이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승리가 필요했던 한국은 기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시 한번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손흥민과 이태석을 빼고 오현규(베식타시)와 엄지성(스완지)을 투입하며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팽팽한 흐름 속에 가슴 서늘한 순간도 있었다. 후반 32분 체코의 프리킥 상황에서 소우체크가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으나, 다행히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곧바로 체코의 빈틈을 파고들어 역전골을 작렬했다. 후반 34분 역습 과정에서 황인범이 올린 크로스를 오현규가 몸을 날리는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남은 시간 체코의 총공세를 육탄방어로 막아내며 한 점 차의 짜릿한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