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대한민국이 터져 버렸다. 2002 FIFA 한일 월드컵, 전국에서 연인원 220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대한민국은 감동과 눈물, 열광과 행복이 뒤엉킨 거대한 용광로가 돼 버렸다.
6월 18일 밤 화요일 기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자리잡은 뉴스 중계차를 타고 있었다. 현장의 응원 열기를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광화문부터 남대문까지 세종로를 가득 메운 100만 명의 시민들은 8강 진출을 놓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이탈리아와 사투를 벌이는 대표팀 선수들과 하나가 됐다. 선수들의 패스와 슛에 환호하고 상대팀의 거친 태클에 야유를 보냈다. 우리 대표팀은 100만 11명, 아니 5천만 11명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안정환 선수의 골든골로 승리가 결정되자 대한민국은 터져 버렸다. 지상파 TV 3사 합산 순간 최고 시청률이 무려 85%까지 치솟았다. 감격에 겨운 시민들은 뉴스 중계차를 흔들어 댔고, 기자도 흥분했지만 "이거 비싼 거예요"라며 겨우겨우 진정시켰다. 모두가 웃었고 모두가 울었고 모두가 소리 질렀고 모두가 행복했다. 기적을 이뤄낸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다. 대한국민 모두가 하나였다.
24년이 흘러 어느새 50대 후반이 됐다. 일선에서 물러나 정년 퇴직을 앞두게 됐다. 살이 찌고 배도 나왔지만 마음만은 아직 30대 청년이라고 믿고 싶다.
6월 12일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예선 체코와 첫 경기가 열렸다. 마침 점심시간, 직장 동료들과 치킨집에 모여 앉았다. 세상이 어지럽고 축구협회도 마뜩잖다. 큰 기대없이 TV를 봤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함성을 지르고 탄식을 내뱉었다.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숨죽여 있던 세포들이 깨어났다. 나는 아직 살아 있었다.
황인범, 오현규의 골, 이강인의 킬 패스, 김승규의 선방, 선수들의 투혼. 식당 안의 모두가 하나가 됐다. 이념도, 진영도,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었다. 모두가 하나였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첫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24년 전의 뜨거웠던 6월처럼 대한민국이 다시 하나되는 모습을 그려본다. 중계차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나를 압도했던, 전율하게 했던 그 통합의 시간을 기대한다,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