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직격탄 맞는데'…AI국가전략위에 노동계는 '0명'

민간위원 36명 중 노동계 인사 전무…4차산업혁명위와 대조
전문가들 "고용 불안·숙련 재편 직결…노동자 참여 필요"
기술 진흥 중심 거버넌스 논란…여가부·공정위도 빠져

AI국가전략위 홈페이지 캡처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일자리 감소와 노동환경 변화 등의 영향을 직접 받는 노동계가 정작 국가 차원의 AI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AI전략위원회에서는 배제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AI 기술 발전에만 방점을 둔 채 노동과 인권, 환경 등 사회정책적 영향을 조율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법정위원회 격상…정작 노동계는 빠져

15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국가AI전략위원회에 노동계 인사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민주노총 전호일 부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AI 도입 과정에서 노사 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정부위원회인 국가AI전략위원회에 노동계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노동계가 우려하는 건 산업계의 이해관계만 반영된 채 국가 AI 정책이 수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지난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 시행에 따라 기존 대통령령 기반 위원회에서 법률에 근거한 법정위원회로 격상됐다.

이로써 위원회는 국가 AI 비전 수립과 부처 간 정책 조정, 이행 점검, 투자 방향 설정 등 범정부 AI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최상위 기구가 됐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맡는다.

하지만 위원회에 위촉된 민간위원 36명 가운데 노동계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I 도입이 일자리와 노동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공식 창구가 없는 셈이다.

김성혁 민주노총 연구원장은 "주로 교수와 기업 개발자, 관료들로 구성돼 환경단체나 시민사회단체 등 AI로 인해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구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노동계 배제되면 현장 안착 어려워"


노동계의 국가AI전략위원회 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도 공감하고 있다. 국가AI전략위원회가 3년마다 수립되는 AI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하는 만큼 노동계 역시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 4차산업혁명위원회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황선자 중앙연구원 부원장이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전용석 연구위원은 "AI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동시에 구조조정과 산업 전환, 숙련 재편을 수반하는 만큼 노동자들이 매우 중요한 이해관계자"라고 말했다.

이어 "작업 현장의 기술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면 작업에 대한 몰입도와 수용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공공연구원 박재범 연구위원도 "AI는 산업 전반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인 만큼 노동자들과 국가 전략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산업 적용 문제를 논의할 때 경영진뿐 아니라 실제 노동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동계 배제 아닌 산업진흥 중심 구조"

국가AI전략위원회는 노동계의 문제 제기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 위원을 위촉했으며 필요한 사안은 관련 위원회와 협업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고용·일자리 전환 대응 과제는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노동계 의견도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단순히 노동계가 국가AI전략위원회에서 배제됐다는 문제를 넘어, 위원회 자체가 사회정책 조정 기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과도 맞닿아 있다.

AI가 일자리와 인권, 환경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음에도 현재의 거버넌스는 기술 진흥과 산업 육성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위원회 권한의 근간이 된 '인공지능기본법'의 입법 방향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법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회적 공공선이나 노동권 보호보다는 산업 진흥과 기술 혁신,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춘 채 제정됐다는 비판을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받아왔다.

특히 유럽연합(EU)이 AI법을 통해 고용 감시와 산업안전 등 고위험 영역을 복수 부처가 공동 관리하도록 하고 엄격한 위험 평가를 의무화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심의 산업정책 관점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국가AI전략위원회 정부위원에는 딥페이크 등 젠더 기반 폭력 문제를 담당하는 성평등가족부가 포함되지 않았고, 알고리즘 편향과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일부 견제 기구도 빠져 있다.

노동부가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역할은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봇 도입 등 주요 정책 역시 사회적 파급효과보다는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부작용 예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는 AI 문제를 사회정책이 아닌 산업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산업계 중심의 위원회 구조로는 로봇 도입 등 삶에 밀접한 기술이 사회적 약자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충분히 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대한 기술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사회적 참여와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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