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도운 걸까. 홍명보호가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불과 3시간 뒤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상대로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오현규(베식타시)의 연속 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전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던 건 다름 아닌 날씨였다. 이달부터 시작된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우기는 대표팀이 현지에 도착한 지난 5일부터 매일 저녁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바람을 몰고 왔다.
이 시기 과달라하라는 짧은 시간에 강하게 쏟아지는 스콜성 집중 호우가 잦아 도시 곳곳의 도로가 침수되는 일이 다반사다. 실제로 지난 8일에는 강한 비바람과 벼락으로 야간 가로등 보수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경기 당일에도 비 예보가 있었던 만큼 수중전 대비가 필수적이었다. 만약 수중전이 치러졌다면 전술적으로 한국보다 체코에 유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세밀한 패스 플레이가 강점인 한국은 폭우로 잔디에 물이 고이면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어려워진다.
반면 수중전 특유의 간결한 롱볼이나 빠른 역습은 체코에 훨씬 익숙한 전술이다. 공중볼 경합이 이어질 경우 체코의 높은 신장과 압도적인 피지컬은 한국 수비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경기 중에는 우려했던 비가 내리지 않았고, 날씨 변수를 피한 한국은 철저한 준비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홍명보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고지대 적응에 집중해 왔다. 해발 1,561m에 달하는 과달라하라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해발 1,460m의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 캠프를 차리고 일찌감치 산소 부족과 기압 변화에 몸을 맞췄다. 1, 2차전이 모두 과달라하라에서 치러지는 만큼 본선 무대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로드맵이었다.
반면 플레이오프를 거쳐 극적으로 본선에 합류한 체코는 고지대에 적응할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베이스캠프 선택권에서 밀려 경기 전날에야 결전지에 도착한 체코는 경기 중반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를 드러내며 무너졌다.
결국 체코에 유리할 수 있었던 수중전이라는 변수가 지워진 가운데, 철저하게 고지대를 준비한 홍명보호가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를 값진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의 승리를 축하하기라도 하듯, 경기 종료 약 3시간 뒤 취재진이 묵는 호텔이 정전될 정도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