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상승의 원인으로 전세대출을 지목하면서 금융당국도 제도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말 세제개편안 발표에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전세대출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추가 규제 카드가 나올지 주목된다.
"전세, 일종의 사금융" 보증비율 줄이고 1주택자 대출 전면금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상승의 원인으로 전세대출을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는 한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며 "전세대출을 과도하게 공급한 것이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금융당국이 다음달 발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부동산 세제개편안에는 실거주 목적이 없는 주택 보유자, 이른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대출을 금지하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전세대출 비율을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 대한 전세대출 비율을 현행 80%에서 70%까지 낮추는 방안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논의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전세대출은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을 고려해 DSR 규제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일정 금액 이상의 고액 전세대출에 대해 DSR 적용 확대도 고민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다만 다음달까지 집값 상승폭과 정부 지지율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전반적으로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27 부동산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했으며,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90%에서 80%로 축소했다. 이어 9.7 부동산 대책으로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2억원으로 일원화했다.
비거주 1주택자 '투기'가려내고 보증비율 줄고…커지는 은행 부담
금융위에서 논의되는 전세대출 규제 방안 중 가장 유력한 규제안은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 대출 전면 금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1주택자라도 임대를 주고 있다면 다른 집으로 이사할 때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금융위에 따르면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보유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모는 9조2천억원(5만9천건)에 달한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중에서 교육과 부모 봉양, 재건축 이주 등 예외 사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안별로 투기인지 아닌지를 가려내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든 사안을 다 검토할 수 없으니 대출 심사를 담당하는 은행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내 대출 심사를 꼼꼼하게 하는 방식으로 걸러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세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이 보증서를 발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이 실행된다. 보증비율이 100%였을 때는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은행이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증비율이 현행 80%에서 70%까지 떨어지면,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위험은 반대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은행이 1억원을 빌려줄 경우 예전에는 돈을 갚지 못해도 보증기관이 8천만원을 대신 갚아준 반면 보증 비율이 70%로 낮아지게 되면 7천만원만 보증해 준다. 은행이 떠안아야 할 손해가 2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1.5배 커지는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손해를 볼 위험이 커지게 되면 은행으로서는 차주가 진짜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예전보다 훨씬 더 깐깐하게 따져보고 돈을 빌려주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정부가 의도한 대출 심사 강화 유도"라고 분석했다.
보증비율 축소가 대출금리 인상으로?
보증비율 축소가 현실화되면 대출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들이 보증비율이 줄어들면서 손실 가능성이 커진 위험 요소를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해 보증비율 하향 조정 이후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2년)은 4.11~6.71%로 나타났다. 보증비율이 하향 조정된 지난해 7월과 비교했을 때( 3.39~3.87%)와 비교하면 크게 상승한 수치다.
여기에 다음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대출 금리 상단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증권 김재우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며 "급격한 금리 상승은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건 물론 중저신용 차주를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