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베식타시)가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짜릿한 역전 결승 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영웅으로 우뚝 섰다.
4년 전 예비 선수로 꿈을 키웠던 소년은 어느새 당당한 해결사가 돼 홍명보호에 귀중한 첫 승을 안겼다.
오현규는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35분, 승부를 가르는 결승 골을 성공시키며 한국의 2-1 역전승을 견인했다.
후반 24분 주장 손흥민(LAFC)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오현규는 투입된 지 11분 만에 완벽한 기회를 포착했다. 수비진 후방을 노린 백승호(버밍엄)의 날카로운 논스톱 롱패스가 측면의 황인범(페예노르트)에게 연결됐고, 황인범이 중앙으로 찔러준 크로스를 오현규가 강력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체코의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오현규는 "사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 영상을 보고 나서야 내가 골을 넣었다는 실감이 났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4년 전 카타르에서는 형들이 하는 걸 가까이서 보기만 했는데, 그 경험 덕분에 떨지 않았다. 유럽 선수들과 부딪히며 기량도 성장했고, 득점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극적인 골의 뒤편에는 남모를 투혼이 있었다. 오현규는 "점심 식사 후 갑자기 체온이 38도까지 올라 오늘 뛸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며 "의무팀 선생님들이 극진히 돌봐주신 덕분에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이렇게 골을 넣으려고 아팠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와 멕시코 현지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은 경기 내내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오현규는 "벤치에 있을 때부터 코리아를 외치는 소리가 정말 크게 들렸다. 우리가 한 발 더 뛸 수 있는 원동력이자 승리의 비결이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번 결승 골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부모님 앞이라 더욱 뜻깊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오현규의 부모님은 '장기 휴무' 안내문을 걸고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먼 멕시코까지 날아왔다. 오현규는 "한 달 뒤에는 부모님이 가게 문을 아예 열지 않으셔도 되게끔, 남은 경기에서 더 잘해서 편하게 모시겠다"며 남다른 효심을 내비쳤다.
체코를 꺾고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한국은 오는 19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국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멕시코는 개막전에서 남아공을 2-0으로 제압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오현규는 "오늘의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싶다. 상대의 홈경기인 만큼 겸손한 자세로 철저히 분석해 우리가 가진 100% 이상을 쏟아붓고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2차전을 향한 굳은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