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학교를 '사회의 축소판'으로 바라봤다. 학생들이 학교라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맺고 협력과 갈등을 경험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다고 본 것이다. 그가 "교육은 삶 그 자체"라고 강조한 이유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은 이 같은 학교의 본질이 흔들리는 교실을 다룬다. 폭력과 권력이 뒤엉킨 학교, 선을 넘는 학생과 교사, 교육 현장을 뒤흔드는 일부 학부모의 모습을 통해 학교 공동체가 마주한 균열을 담아낸다.
작품 속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김무열)은 얼룩진 교육 현장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의사가 환자 무서워하면 제대로 치료 못 하고요, 변호사가 의뢰인 무서워하면 변론 제대로 못하고요. 선생이 학생을 무서워하면 제대로 가르치겠습니까."
'참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외국어고, 특성화고 등 다양한 교육 현장을 배경으로 학교폭력, 조직폭력, 촉법소년, 마약, 도박 등 현실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10가지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극 중 교권보호국은 문제 학교를 직접 관리하며 특정 집단의 편에 서기보다 피해자 입장에 서서 사건을 바라본다. 이후 잘못을 직접 체감하게 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방식의 '체벌'을 통해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문제를 바로잡도록 한다.
이에 교육부 장관 최강석(이성민)은 "괴물은 괴물로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현실에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부조리를 판타지적 방식으로 해소하며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을 안긴다.
제작진은 작품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뉴스에서 다뤄진 사건들을 최대한 담아냈다고 한다. 아동학대 신고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학부모의 행태부터 신종 사이버 학교폭력으로 불리는 '와이파이 셔틀'까지 변화하는 교실의 풍경을 담아냈다.
연출을 맡은 홍종찬 감독은 '와이파이 셔틀'에 대해 "작은 피해 같지만 아이의 삶 안으로 들어가면 물리적인 폭력 이상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강조했다.
작품은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판타지적인 장치를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숨 쉴 공간을 마련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60분을 넘는 긴 회차가 상당수 이어지지만, 빠른 전개와 사건 중심의 서사는 몰입을 돕는다. 지난해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환자를 살리는 의료진의 사명감을 그렸다면 '참교육'은 무너진 교육 현장에서 어른의 역할을 되묻는 작품에 가깝다.
배우들의 열연도 이러한 설정에 설득력을 더한다. 김무열은 원칙을 지닌 나화진의 강단을 표현했고, 표지훈은 극의 긴장감을 완화하는 봉근대 역으로 균형을 맞췄다.
이성민은 교육 시스템 내부의 고민을 안고 있는 최강석을 통해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진기주는 작품 속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복합적인 인물인 임한림 역을 맡아 액션 뿐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를 감정선을 눈빛으로 소화했다.
다만, 후반부 임한림과 봉근대의 로맨스 서사는 작품의 긴장감을 다소 분산시키는 요소로 다가온다. 또,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체벌'이라는 설정도 교육과 정의의 방식에 대해 끝까지 고민을 남긴다.
마지막 회 조규철(이봉준)에게 변화의 기회를 부여하는 장면은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 어른의 책임감을 보여주지만, 일부 회차에서 반복되는 권선징악식 해결 방식은 작품이 던지는 교육과 변화에 대한 질문의 깊이를 다소 제한한다.
그럼에도 '참교육'은 과거 여러 작품 속에 담긴 권위적인 교사의 모습과 달리 학생을 두려워하는 교사의 현실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를 통해 극명하게 달라진 교육 현장의 변화와 어른의 책임에 대해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홍종찬 감독은 작품 메시지에 대해 "어른이 어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각자 삶의 방식과 위치는 다르지만, 임한림이 힘든 삶을 살았을 때 나화진이 도움을 줬던 것처럼 그런 어른이 있어야 아이들의 힘듦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촉법 범죄를 저지른 자식을 감싸는 학부모들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최강석의 장면은 작품이 바라보는 교육의 본질과 책임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하면 안 된다', 이거 다 당신들이 가르쳤어야 하는 거야. 당신들이 못하면 학교에서, 학교에서 못하면 사회에서 가르쳐야 했다고. 잘못을 하면 벌을 받고 가해자는 피해자보다 당당하면 안 된다는 걸 알려주고 잘못에 책임을 져야지."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홍종찬 감독 연출. 김무열·이성민·진기주·표지훈. 총 10부작. 청소년 관람 불가.
한줄평: 어른에게 남겨진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