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상대인데요" 이강인, 마요르카 시절 스승과 외나무다리 승부

드리블하는 이강인.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자신을 세계적인 축구 스타로 성장시킨 은사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과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친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은 오는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른다. 상대는 아기레 감독이 지휘하는 개최국 멕시코다.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의 스페인 라리가 마요르카 시절 은사로 국내 축구 팬들에게 친숙한 지도자다. 발렌시아 유소년팀에서 성장한 이강인은 2021년 8월 마요르카로 이적했고, 2022년 3월 아기레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의 탈압박과 날카로운 패스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전술의 핵심으로 기용했다. 공식 석상에서도 이강인을 팀 내 가장 재능 있는 선수로 치켜세우며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은사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이강인은 약점으로 지적받던 오프 더 볼 움직임과 수비 가담 능력까지 보완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

이강인은 2022-2023시즌 리그 36경기에 출전해 6골 7도움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강등권 전력으로 분류되던 마요르카도 이강인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아기레 감독은 당시 "이강인과 함께해서 기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강인이 2023년 8월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면서 사제의 동행은 일단락됐으나, 아기레 감독이 2024년 7월 멕시코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두 사람은 월드컵 무대에서 재회하게 됐다. 이미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열린 평가전(2-2 무)에서 한 차례 맞대결을 벌인 바 있으며, 당시 이강인은 오현규(베식타시)의 골을 도우며 맹활약했다.

아기레 멕시코 감독. 연합뉴스

한국과 멕시코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 나란히 편성되면서 두 사람의 맞대결은 본선 무대로 이어졌다. 아기레 감독은 지난해 12월 조추첨식에서 이강인을 "내 아들"이라 부르며 여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팀 모두 본선 첫 단추는 잘 끼웠다. 멕시코는 지난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완파했고, 한국도 같은 날 체코에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강인은 체코전에서 황인범(페예노르트)의 골을 도우며 두 대회 연속 월드컵 어시스트라는 기록을 썼다.

한국이 멕시코를 꺾으면 A조 1위 확보가 유력해진다. 이 경우 조별리그를 치르며 현지 적응을 마친 멕시코 땅에서 16강전까지 치를 수 있는 유연한 대진을 선점하게 된다.

이강인은 은사에게 비수를 꽂을 마음의 준비를 이미 마쳤다. 체코전 직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아기레 감독과의 대결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강인은 특유의 덤덤한 표정으로 짤막한 각오를 남겼다.

"할 말 없는데요? 그냥 상대인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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