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로 얻은 질병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더라도 사망 경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진폐증으로 요양하던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진폐유족연금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금석채석장 등에서 장기간 분진 작업에 종사하다 2007년 진폐 진단을 받았고, 2010년 장해등급 13급 16호 판정을 받았다. A씨는 2023년 9월 말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뒤 이틀 만에 숨졌다.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상세불명의 폐렴'으로 기재됐다.
유족은 이듬해 근로복지공단에 진폐유족연금과 장례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A씨가 진폐와 무관하게 발생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해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진폐증 및 합병증과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만성 폐질환으로 폐의 예비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폐렴이 발생해 저산소증과 전신 염증반응이 빠르게 진행됐고, 결국 호흡 및 순환기 기능부전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봤다.
이어 업무상 질병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니더라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아니더라도 기존 질환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에 이르렀거나, 기존 질환을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킨 경우 업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