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째 이어지는 잠실 개표소 시위… 장기화 속 곳곳엔 '윤어게인'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오요셉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가 14일로 열흘째를 맞았다. 주중 다소 줄었던 참여 인원은 주말을 맞아 다시 늘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윤어게인' 등 특정 정치 세력을 연상시키는 구호와 상징이 등장하면서 선관위 개혁과 진상 규명이라는 본래 요구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일인 이날 시위는 오전까지 수백 명 규모에 머물렀으나, 점심 이후 참가자들이 합류하면서 점차 인원이 늘었다. 참가자들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고, 애국가 제창과 '대한민국' 응원도 이어졌다. 일부는 텐트를 설치해 장기 농성을 이어가거나 단식 투쟁에 나섰다.

현장에는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 단위 참가자 등 다양한 연령대가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무더위를 피해 인근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집회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시위가 특정 정치 세력에 잠식됐다는 논란 속에 청년층 이탈이 있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여전히 2030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푸드트럭 운영과 의료 지원, 선크림·얼음물 제공 등 자원봉사 활동은 청년층이 주도했다.

현장 질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경찰의 엄정 대응 기조 속에 참가자와 경찰, 취재진, 시민 간 큰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단체가 공원 내 별도의 시설물 설치를 시도했으나, 다른 참가자들이 불법이란 이유로 제지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인근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시위에 참여했다. 오요셉 기자

그러나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정치적 구호의 비중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시위 현장 곳곳에 성조기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과 '윤 어게인', '한미 공조 수사' 등의 구호가 확산되며 정치적 색채가 한층 짙어지고 있다.

공원 일대에서는 12·3 사태를 옹호하는 문구와 '윤어게인' 관련 상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일부 참가자들은 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선관위 행정 논란에 대한 비판과 진상 규명, 개혁 요구를 넘어 시위가 특정 정치적 주장과 결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부정선거 음모론과 극우 세력의 주장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한미 공조 수사'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시위가 본래 취지를 넘어 극우 재결집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 구로구에서 왔다는 20대 참가자 김모 씨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섞인 의견들이 많은 것 같다"며 "모두에 공감하진 않지만 이번 사안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 개표소 시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구들. 오요셉 기자
잠실 개표소 시위에 등장한 대형 성조기.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들었다. 오요셉 기자
잠실 개표소 시위 현장에 등장한 '윤석열 vs 이재명 지지 인기투표'. 오요셉 기자

이 같은 흐름 속에 온라인에선 청년층을 중심으로 '참정권 훼손'과 '절차적 공정성'에 초점을 맞춘 별도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이라는 초기 문제의식과 특정 정치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흐름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시위 장기화에 따른 시설 이용 문제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올림픽공원 내 체육시설 이용 차질이 이어지면서 공원 운영 주체와의 갈등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선관위의 잇따른 행정 논란과 관련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시위 역시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 선관위 등 7곳을 대상으로 약 13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을 진행해 투표용지 인쇄 계획서와 회의록, 예산서 등 관련 자료와 전자정보를 확보했다. 수사당국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관련자 소환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잠실 개표소 시위 현장의 대형버스에 부착된 성조기의 모습. 오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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