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광안리 8만원?…외국인 울리는 '택시 바가지'

[해외 관광객이 마주한 부산 '이동 장벽'] ③
외국인 관광객 "바가지 걱정에 택시 안 타"
관광불편신고 중 '택시' 관련 민원이 최다
부산시 "사전 예방 어려워"…사후처방만
해외 관광도시는 '구간 정찰제' 등 선제 차단

부산역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승차권 카드로 못 사요?" 부산 지하철서 난감한 외국인들
②"큰 캐리어는 X"…부산 시내버스 앞 외국인들 '어리둥절'
③해운대~광안리 8만원?…외국인 울리는 '택시 바가지'
(계속)

"택시를 탔다가 부당하게 많은 요금을 내게 될까 걱정돼 이번 부산 여행에서는 택시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 세계 어디든 비슷한 문제가 있지만 한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칠레에서 부산 여행을 온 이사벨 에크홀트(32·여)씨는 부산역 앞을 오가는 택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고 알아들을 수 있어 택시기사와 소통도 할 수 있지만, '바가지 요금' 사례를 많이 접해 이번 여행에서는 택시를 이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외국인 관광 불편 1위는 '택시'

택시 바가지 요금 문제는 부산이 '글로벌 관광 도시'로 거듭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산을 관광한 외국인이 불편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분야는 '택시'다.

한국관광공사 '2025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외국인이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한 민원 전체 232건 가운데 택시가 70건으로 가장 많았다. 쇼핑, 항공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 서울이나 제주 등 다른 관광 도시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결과다.

분석서에는 구체적인 바가지 요금 사례도 등장한다. 한 대만인 관광객은 택시 호출 앱으로 호출한 택시를 타고 해운대구 호텔에서 광안리해수욕장까지 15분가량 이동했으나, 기사가 8만 원을 요구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 기사는 미터기에 임의로 8만 원을 입력해 관광객 신용카드로 결제했고, 관광객은 뒤늦게 택시 호출 앱 운영사에 환불을 요청하는 불편을 겪었다.

한 호주인 관광객은 택시 기사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영도구 호텔까지 50달러(7만 5천 원 상당)를 요구했다며 신고했다. 택시에 탑승했던 관광객은 금액이 과하다고 판단해 하차했고, 이후 다른 택시를 탑승했다. 이 관광객이 탄 두 번째 택시에서 지불한 요금은 9천 원이었다.

매년 수십 건 적발되는데…부산시 "마땅한 예방책 없어"

부산역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부산은 도시 구조상 관광객이 택시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다는 특성이 있다. 도시 외곽에 있는 관광 명소 간에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도 서울 등과 비교하면 촘촘하게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역에서 만난 폴란드인 관광객 비타(52·여)씨는 "서울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했지만, 부산에서는 택시로만 이동했다. 대중교통으로는 이동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시간이 며칠밖에 없기 때문에 이동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 이동 시간이 1시간이나 걸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택시 이용 불편을 호소하는 건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택시 부당 요금에 대한 행정 처분(과태료, 과징금 등)은 77건에 달했다. 이는 2024년 기록한 50건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상황이 이런 데도 부산시 등 관계 기관에는 마땅한 예방책이 없는 실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할 만큼 발생 건수가 많지 않다. 또 택시 부당 요금은 발생 전에는 알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정부 기준에 따라 관련 신고를 철저하게 처리하고, 택시 불편 사항은 더 촘촘히 단속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도 "교통문화연수원에서 실시하는 정기 보수 교육 외에 별도로 부당 요금과 관련한 교육 등 조합 차원의 개선책은 없다. 신고가 들어오면 업체에 전달해 재발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도시 '시스템'으로 원천 차단…부산 맞춤형 대안 시급

부산역 앞에 택시들이 줄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정혜린 기자

반면 유사한 문제를 겪는 해외 관광 도시들은 시스템을 통해 택시 바가지 요금 차단에 나섰다.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는 공항과 도심 간에 미리 정한 요금만 받는 '구간 정찰제(Flat-Fare)'를 의무화했다. 일본 도쿄는 택시 앱 호출 시 탑승 전에 요금을 확정 짓는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해도 예상 요금만 확인한 뒤, 실제 결제는 택시 기사가 미터기에 입력하는 방식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요금을 속일 수 있는 방법을 원천 봉쇄했다.

전문가들은 도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부산시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성대 도시계획학과 신강원 교수는 "신고를 하는 건 정말 심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 사례까지 더하면 실제 부당요금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몇 건 되지 않아도 반드시 바꿔나가야 할 도시 문화"라며 "출발 전 기사들이 승객들에게 미리 경로를 선택할 수 있게 의무화하거나, 부산비짓패스 앱을 통해 외국인들이 경로와 소요 금액을 더 편하게 알 수 있게 하는 등 선제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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