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확산됐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청산이 아닌 정상화를 위한 절차"라며 공식 사과했다.
홍 부회장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그룹 일부 계열사의 상황과 관련해 임직원과 주주, 채권자, 그리고 중앙그룹을 아끼고 신뢰해 준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최고경영자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홍 부회장에 따르면 중앙그룹은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 등 5개사에 대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는 "그동안 경영진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자본시장 경색 속에서 자금 경색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그룹의 경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누적된 재무 부담에 더해 자본시장 경색이 장기화되면서 자구책만으로는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해결하기에 한계에 봉착했다"며 "부득이하게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 부회장은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회사 정리나 청산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회생절차 신청은 결코 회사를 정리하거나 문을 닫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라며 "법원의 감독과 법률적 보호 아래 비정상적인 채무 부담을 조정하고, 일시적인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나 회사를 근본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고뇌 어린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지정하는 틀 안에서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며 본질적인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임직원 고용 안정과 상장사 거래 정상화도 약속했다. 홍 부회장은 "임직원의 고용 안정과 상장사의 거래 정상화를 포함한 경영 안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위기 속에서도 사명과 콘텐츠 경쟁력을 잃지 않고 법원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조속히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JTBC가 지난 12일 206억 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 상환하지 못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신용평가사들은 JTBC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CCC'로 낮췄다. 장기신용등급 CCC는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매우 높은 투기적 등급으로 평가된다.
JTBC 디폴트 이틀 만에 중앙그룹 지주사인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계열사들이 회생절차 신청에 나섰다. 콘텐트리중앙과 메가박스중앙은 회생절차 개시와 함께 보전처분, 포괄적 금지명령도 신청했다.
보전처분은 채무자가 자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회생절차 개시 전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이나 가압류 등을 진행하지 못하게 하는 절차다. 특정 채권자에게 채권이 우선 변제되는 것을 막고, 회생계획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미디어 산업 침체와 콘텐츠 투자 부담, 북중미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중계권 계약 이 겹치며 심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JTBC는 중앙그룹 계열사 피닉스스포츠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북중미 월드컵 국내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닉스스포츠는 콘텐트리중앙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해당 중계권 확보에는 약 1억2500만 달러, 우리 돈 1900억 원 안팎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 확보와 콘텐츠 투자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광고 시장 침체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방송 수익성이 악화된 점이 유동성 압박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그룹은 앞서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JTBC 사옥과 경기 고양시 일산 스튜디오 등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매각 규모는 55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종 거래 완료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당장 만기가 돌아온 단기성 채무를 막기에는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콘텐트리중앙은 방송·콘텐츠 사업을 운영하는 중앙그룹 계열사다. 메가박스중앙은 영화관 사업을 맡은 주요 자회사로, 콘텐트리중앙 연결 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회생절차 신청으로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방송, 콘텐츠, 영화관, 지주사까지 그룹 전반으로 확산된 모양새가 됐다.
법원은 신청 회사들의 계속기업 가치와 회생 가능성 등을 검토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 조정과 자산 매각, 경영 정상화 방안 등이 담긴 회생계획이 마련된다.
홍 부회장은 "이번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겠다"며 "더욱 단단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