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가 반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그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지에서까지 집권 여당에 대한 불만 제기를 멈추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는 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 정무라인의 기능도 사실상 멈췄다고 시인했다.
李대통령 경고 속 정청래 '마이웨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릉시장 탈환 등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일부 성과를 언급하며 "어려운 지역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민주당의 패배로 규정하는 시각에 선을 그은 셈이다.
정 대표의 발언은 이 대통령이 재차 여당에 '포용 정치'와 '책임 정치'를 강조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3일 SNS에 "여당은 주어진 권력으로 책임을 지는 능력과 실적, 포용과 통합이 중요하다", "집권 여당은 책임의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적었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경고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정 대표가 지방선거 책임론 속에서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서 오히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띄우는 등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행보에 나서자 이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정 대표의 이날 메시지는 사실상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회의 뒤 브리핑에서 "전당대회는 8월 17일로 잠정 합의가 됐는데, 건강하고 생산적이고 축제의 분위기로 치러졌으면 좋겠다.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건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연임 도전을 전제로 한 발언으로 읽혔다.
친명계, 李메시지 앞세워 정청래 사퇴 압박
친명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 대표를 향한 '경고'인 만큼 정 대표가 하루빨리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순방 중 나온 이례적 메시지인 데다, 앞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미 여당에 경고성 메시지를 냈음에도 지도부가 물러서지 않자 추가로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계원 의원은 정 대표를 향해 "차라리 솔직하게 '나는 이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니 진영 중심의 마이웨이로 가겠다'고 선언하라"고 직격했다. 이용우 의원도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언급하며 "안타깝지만 더 이상 지도부가 정부에 부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적을 만드는 정치가 아닌 포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했고, 김남희 의원도 "당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연임에 도전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직접 여당을 향해 공개 경고 메시지를 낸 만큼 당내 공개 충돌은 자제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됐다. 이날 사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공개회의에 들어가기 전, 친청계와 반청계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자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청계 "메시지 곡해해 대통령 끌어들여"…김민석 겨냥 역공
반면 정 대표 측은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지도부 책임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곡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여당 전체에 던진 경고성 메시지를 당권 경쟁에 나선 김민석 국무총리 측 인사들이 정 대표 압박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친청계 의원은 "대통령의 엑스 글은 대통령이 보기에 여당 내부 상황이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의미"라며 "정 대표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해 지방선거를 참패로 규정하는 것은 오류일뿐더러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친김민석계 의원들의 해석대로라면 대통령이 대놓고 당무에 개입한다는 뜻이 된다.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며 "본인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세력이 진정한 친명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 대표는 당원들이 뽑는 것이지 대통령이 지명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메시지가 은유를 넘어 직접 당무에 개입하는 모양새로 비친다면 정 대표의 대응 기조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김민석 총리의 선거 책임론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선거 직전 갑자기 당권 얘기가 나오면서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며 "김민석 국무총리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당권 투쟁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靑 내부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제어 안돼…이판사판 우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가 정 대표를 향한 사실상의 '최후 통첩'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라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도 정 대표 측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사실상 최후 수위에 가까운데, 그럼에도 공개 메시지가 반복되는 것은 그만큼 당내 갈등이 제어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기적으로 정 대표 입장에서는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밀리면 정치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큰 만큼 이판사판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제어하려 하지만 잘 되지 않고 있고, 결국 양측 모두 사즉생의 각오로 맞서는 국면이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