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층 퇴직자와 청년 구직자 등을 겨냥해 정부지원사업이나 취업을 빙자한 중고차 대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금융당국이 주의를 당부했다. 사기범이 대출금을 가로채 잠적하더라도 대출 계약 자체는 정상적으로 체결된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고스란히 빚을 떠안아 유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중고차 대출 분쟁 민원이 다수 제기됨에 따라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을 발령했다고 16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주로 60~70대 퇴직자에게 접근해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중고차를 사면 할부금과 수익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속여 대출을 유도한다. 이들은 실제 차량 대금보다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맺는 '업(Up) 계약'을 체결한 뒤, 금융회사로부터 더 많이 나온 대출 차액을 자신들의 계좌로 송금받아 가로채는 방식을 썼다. 사기범들은 초기에 몇 달간 할부금을 대신 내주며 안심시키다가 결국 돈을 챙겨 잠적했다.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취업을 미끼로 한 사기도 빈발했다. 일부 취업 알선업체들은 "초기 비용 없이 화물차를 지원해 고수입을 보장한다"며 물류 운송기사직을 광고해 구직자를 유인했다. 이후 구직자 명의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화물트럭 대출 계약을 맺게 한 뒤, 업무추진비나 부대비용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대의 과도한 알선 수수료를 챙겼다. 구직자들은 당초 광고와 달리 일감을 제대로 얻지 못해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거액의 차량 할부금과 지입료만 떠안게 됐다.
금감원은 이같은 사기 피해가 발생해도 소비자가 금융회사를 상대로 대출 무효나 취소를 주장해 구제받기는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신분증이나 타계좌 인증 등 본인 확인 절차가 정상적으로 완료됐다면 대출 상환 의무가 계약자 본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대출 절차상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도 드물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중고차 대출 이용 시 5대 유의사항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우선 거래 과정에서 대출금 대납이나 수익금 지급을 약속하며 실제와 다른 이면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경우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차량 매매와 대출 절차는 제3자에게 위임하지 말고 반드시 본인이 직접 진행해야 하며, 금융회사의 해피콜 전화를 받을 때 사실과 다르게 거짓으로 답변해서는 안 된다.
또한 차량 시세와 상태를 '자동차365'나 '카히스토리' 등의 사이트를 통해 꼼꼼히 체크해 필요한 금액만 대출받아야 한다. 대출금을 차량 구매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송금하는 행위는 할부금융 계약 위반에 해당해 금융회사로부터 즉시 상환 요청을 받을 수 있다. 화물차 취업 전에는 본인의 상환 능력을 우선 고려하고 과도한 부대비용을 요구받으면 계약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와 분쟁 예방을 위해 캐피탈사, 카드사 등 금융회사에 관련 사기 사례를 전파했다"며 "앞으로도 중고차 대출 취급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출모집법인 직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