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라기보다는 전 세계적인 창작의 틀"…K팝은 더 많은 기회 열까[EN:터뷰]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아리랑' 관객석 모습. 빅히트 뮤직 제공

K팝(K-Pop)은 여전히 '붐'일까? 휘청거릴 위험이 있으니 단단히 대비해야 하는 상황일까?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K팝'을 인지하고 말하는 시대에, 'K팝을 K팝일 수 있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CBS노컷뉴스는 음악업계 종사자 4인을 대상으로 'K팝'을 주제로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지난 8일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열린 '페트 드 라 뮈지크 2026'에서 프랑스 아티스트와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모인 콘퍼런스 'K팝에서 글로벌 팝으로: 경계 없는 음악을 다시 생각하다'에 참석한 연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면으로 이루어졌다.

스웨덴계 미국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알렉스 칼슨(Alex KARLSSON)은 지난 10년 동안 K팝 신에서 하이브·SM·JYP 등과 협업하며 꾸준히 히트곡을 만들어 온 K팝 프로듀서다. 2년 전 서울로 이주해 활동 중이다. 슈퍼엠(SuperM)의 대표곡 '호랑이'(Tiger Inside)를 비롯해 엔하이픈(ENHYPEN)의 '테임드-대시드'(Tamed-Dashed) 등을 작업한 그는 현재를 K팝의 "진화" 단계로 바라봤다.

재즈를 주 장르로 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베이시스트, 프로듀서인 에이미 가디아가(Amy Gadiaga)는 프랑스 출신으로 최근까지 영국 런던에 거주했다. 또한 최근 K팝의 팬이 됐다.

2000년대 초반 래퍼로 경력을 시작해 현재 15년 넘게 음악 산업에 종사해 왔다. 타라파 사흘룰(Tarafa Sahloul)은 프랑스 파리에 기반한 독립 음악 회사 '키드 카타나 레코즈'(Kid Katana Records)' '뮤턴트 닌자'(Mutant Ninja)의 공동 설립자다. 비디오 게임 음악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디지털 유통 기업 '아이돌'(IDOL)에서 A&R 총괄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사운드 믹싱 엔지니어인 정창윤(앤드뉴)은 살폿뮤직그룹의 대표다. 작사·작곡, 녹음, 음반 제작 등 음악 관련 서비스 회사로 SM·JYP 등 국내 다수 기업과 일본·태국·중국 음반 시장에서 여러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엔지니어로서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와 엔하이픈 등 아이돌 VR 콘서트 음향 감독을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알렉스 칼슨. 리웨이뮤직앤미디어 제공

1. 2026년 6월 현재 K팝 업계의 현재 트렌드는 뭐라고 보는지와, 무관하게 K팝이 한국을 넘어 다양한 나라에서 주목받게 된 강점과 매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알렉스 칼슨 : 2026년 6월 현재, 걸그룹은 2000년대 중후반 EDM 사운드를 좇고, 보이그룹은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결국 힙합의 미학과 사운드에 기대 있죠. 지금 K팝 업계의 사운드가 이토록 획일적이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거의 모든 마켓 리서치(시장 분석) 팀이 업계 전반에 걸쳐 아주 유사한 콘셉트를 결정한 셈인데요. 한국은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체계화했고, 해외 경쟁자들은 아직 그 방법론을 따라잡지 못했어요.

에이미 가디아가 : 인디(indie)적인 정체성을 구현하려고 시도하는 몇몇 보이그룹이 눈에 띄어요. 제가 생각하는 K팝의 핵심 강점은 팬덤 문화와 각 그룹이 가진 거의 '컬트'(cult)에 가까운 열광적인 지지 기반입니다. 이러한 팬덤 문화의 지속성은 전례 없는 수준입니다. 또한, K팝은 끊임없는 콘텐츠(잦은 컴백, 매일 이어지는 팬 사인회 등)를 통해 팬들에게 다가갑니다.

타라파 사흘룰 : 제가 보는 흥미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K팝의 지속적인 세계화입니다. 제게 K팝은 점차 지역적인 장르라기보다 전 세계적인 창작의 틀(global creative framework)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힙합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두 장르 모두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흡수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변모했기에 강력한 흐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창의적인 관점에서 이는 매우 매혹적이며, 산업적인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입니다. 저는 이러한 창의적인 개방성과 산업적 탁월함의 결합이야말로 K팝이 이토록 세계적인 문화적 영향력을 갖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정창윤 : 현재 K팝, 특히 남자 아이돌 노래에서는 힙합이 가장 대세입니다. 반면 여자 아이돌 쪽에서는 약간의 복고풍이나 2000년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멜로디가 트렌드를 이끌고 있구요. K팝이라는 장르의 특징이자 강점은 어떠한 장르를 대입해도 K팝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여태 나온 모든 K팝을 통틀어서 그 어떠한 장르를 건드리지 않은 곡은 없을 겁니다. 다양한 장르적 색깔, 그리고 그룹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K팝이 세계화된 데 가장 크게 일조한 매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이미 가디아가. 리웨이뮤직앤미디어 제공

2. 한편으로 K팝은 자주 '위기론'이 제기되곤 하는데, 이런 K팝 위기론에 공감하는지 혹은 동의하지 않는지 이유와 같이 듣고 싶습니다.

알렉스 칼슨 : 성장률 수치만 보고 이 규모에 겁먹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이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고, 언젠가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앞으로 몇 년 안에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K팝에 대한 전 세계적인 투자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에이미 가디아가 : 2020년에서 2022년 사이가 K팝의 가장 빠른 성장기였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제 생각에 K팝은 여전히 그 매력과 팬덤을 완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타라파 사흘룰 : 외부에서 보는 입장에서, 저는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묘사하는 것에는 신중해지고 싶습니다. K팝처럼 산업이 크게 성공하면 기대치도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은 오히려 시장이 성숙해지는 과정입니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관객층은 세분화돼, 이미 높은 수준의 글로벌 성공을 거둔 상태에서는 당연히 성장세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입니다. 제 생각에 진짜 중요한 질문은 K팝이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문화적으로 스스로를 계속 재창조해 나갈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그 역사를 돌아보면, 적응력이야말로 늘 K팝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였기에 저는 긍정적으로 전망합니다!

정창윤 : 어떠한 측면에서 동의합니다. 저조차도 때로는 몇몇 앨범에 대한 반응이 꽤나 과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이 위기론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저를 포함한 저희 회사 일원들이 이 업계에 선두주자로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나온 것들보다도 더 멋진 곡과 그로 인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저와 같은 사람들의 역할이자 저희 회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에이미는 콘퍼런스에서 한국 인디 음악을 듣고 있다고 언급했었죠. 다른 분들도 한국 인디 음악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점이 있을까요?

알렉스 칼슨 : 한국 인디 신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카운터 컬처(반문화)를 매우 좋아하며, 그 분야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디 아티스트들이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도구는 이미 갖춰져 있고, 그들은 유통 계약, 협업, 그리고 타 미디어를 통한 노출 공유 등을 통해 그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 그 분야에서 더 많은 작업을 할 생각에 기대가 큽니다.

에이미 가디아가 : 한국 인디 음악은 매우 흥미로운 시각적 서사를 보여 주며, 가사의 경우 신선하게 느껴지는 정서적 자각이 돋보입니다.

타라파 사흘룰 :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가 한국 인디 신에서 특히 흥미롭게 느끼는 점은 한국 창의성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비디오 게임 음악과 독립 창작자들과 많이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아티스트들이 기존의 상업적 틀 밖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현장에 자연스럽게 끌립니다. 특히 현재 한국의 하이퍼 팝 신에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타라파 사흘룰. 리웨이뮤직앤미디어 제공

정창윤 : 저는 부족한 매력이 인디 음악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조금 더 과하게 표현하자면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을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노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가창력인데, 사실 어떠한 음악에서는 이런 가창력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수가 표현하고자 하는 자기의 생각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진실성 있게 잘 전달하는지가 너무나도 중요한 이 세상에 너무나도 잘 짜인 K팝 음악 사이에서 꽃피우는 인디 음악이 너무나도 좋고 또 자랑스럽습니다. 미술 작품을 예로 들면, 사진과 똑같이 그린 기술이 완벽한 그림보다는 오히려 '이게 뭐지?'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의 가치가 더 높을 때가 많죠. 보는 사람, 듣는 사람에게 매력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예술 아닐까요? 그런 지점에서 한국의 인디 음악은 꽤 높은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K팝은 정말로 아티스트, 제작자 등 업계인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있나요? 그 기회의 종류와 의의는 무엇인가요?

알렉스 칼슨 : 제가 '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겠습니다. 상위 0.001%에 들면 재정적 수익은 괜찮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의 상위 1% 소득자가 되기에는 아마 부족할 겁니다. K팝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듣는 음악을 추구하며 괜찮은 수준의 생계를 유지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순전히 돈을 목적으로 K팝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그들은 실제 저작권료를 확인하면 분명 실망하고 떠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진정한 보상은 가장 정직하고 경쟁이 치열한 팝 음악의 장에서 경쟁하며 승리하는 것입니다!

에이미 가디아가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K팝은 매일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해주었고, 데모(임시 녹음 곡)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 일상적인 요구 덕분에 역동적인 기분을 느끼며 실력을 꾸준히 키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은 이제 전 세계 뮤지션들이 만날 수 있는 허브(hub)가 되었습니다. K팝이 아니었다면 제가 아는 대부분의 프로듀서 친구들과는 마주칠 일조차 없었을 것이기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타라파 사흘룰 : 물론입니다. 작곡가, 프로듀서, 아티스트들에게 K팝은 창의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많은 기회를 창출합니다. 거대한 청중 규모와 산업의 전문성, 그리고 여러 프로젝트의 국제적인 도달 범위는 이곳을 매우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듭니다. 동시에, 저는 현실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팝은 너무나 성공적인 산업이 되었기에 이제 경쟁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합니다. 기회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경쟁 또한 매우 심하죠.

정창윤 : 너무나도 많은 기회를 주고 있죠. 사실 예술로 밥 벌어 먹고살기 굉장히 각박한 이 세상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작곡가 또는 제작자,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의 직업으로 가정을 이루고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K팝으로 인해 음악뿐만 아닌 패션, 영상까지 한국의 프로덕션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전 세계적으로 알려 해외에서도 상당수 일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어떤 제작자들은 본인이 하고 싶었던 예술을 즐겁게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적어도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든 것 맞는 것 같습니다.

정창윤. 리웨이뮤직앤미디어 제공

5. 마지막으로, 요즘 가장 흥미롭게 또는 즐겁게 보고 듣고 주목하는 K팝 아티스트/앨범/곡이 있나요?

알렉스 칼슨 : 최근에 정말 즐겁게 듣고 있는 밴드들이 몇 팀 있어요. 올데이 프로젝트(ADP), 키키(KiiiKiii), 코르티스(CORTIS), 롱샷(LNGSHOT). 하하하. 새로 나온 밴드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들은 뭔가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있고, K팝이라는 장르를 아주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에이미 가디아가 : 최근에 클로즈유어아이즈(CLOSE YOUR EYES)라는 보이그룹을 알게 되었는데, 음악의 퀄리티, 특히 작곡 부분에서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노래 중에서는 '페인트 캔디'(Paint Candy)를 가장 좋아합니다.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와 솔로 아티스트 우즈 음악도 즐겨 들어요.

타라파 사흘룰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아직 한국 음악 신을 알아가는 단계라 제가 나서서 특정 아티스트나 앨범을 추천하는 건 조심스럽네요. 사실은 저보다 이곳 상황을 훨씬 잘 아시는 분들에게 추천을 받는 게 훨씬 좋거든요! 이번 서울 방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정말 재능 있는 작곡가, 프로듀서분들과 스튜디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점이에요. 지금 가장 기대되는 건 제가 머무는 동안 작업하는 것을 지켜봤던 곡들이 앞으로 어떤 여정을 걸어갈지 확인하는 거예요. 음악이 초기 단계에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몇 달 혹은 몇 년 뒤 그 곡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완성될지 기대하는 건 정말 특별한 특권이죠.

정창윤 : 저는 요즘 리센느(RESCENE)라는 그룹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사실 요즘이 아니고 데뷔 앨범 때부터 너무 유심히 봤던 그룹이었고요. 신생 기획사의 첫 앨범인데도 노래 수준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수준이라는 것은 단순히 노래의 퀄리티를 떠나서 대중들을 설득할 여지가 충분히 느껴진 노래였다는 점인데요. 지금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는 것을 보면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유튜브에서 노래를 부른 것도 아니고 단순히 털털하고 요즘에 여자 아이들과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유만으로 이 그룹이 이렇게나 인기가 많아지고 노래가 다시 차트에 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겠죠. 개인적으로는 '핀볼'(Pinball)이라는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다음 앨범이 너무나도 기대가 되고 언젠가는 저희 회사와 꼭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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