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중 청구서'에 정부 고심…이란 재건에 기뢰제거까지

FT "韓 포함 민간기업이 이란 재건기금 조성할 것"
"기뢰제거에 몇몇 국가서 함정 배치, 나쁘지 않아"
"외교적 수사 활용하며 소해함 확약은 신중해야"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타결하면서 이란 재건기금과 호르무즈 해협 기여 책임을 동맹국에 전가하려는 미국의 압박이 재개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군사작전 참여 요구에 '종전 후'로 대응을 미뤄둔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기반으로 관여 수준을 신중히 검토하는 분위기다.
 

이란 재건기금도, 기뢰 제거도 동맹이 부담?

먼저 거론되는 '전쟁 청구서'는 이란 재건기금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5일(현지시간) 종전협상 과정에서 3천억 달러 규모의 재건기금 조성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FT가 인용한 고위당국자는 "정부들이 아니라 이란의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기를 희망하는 민간기업들이 자금을 조성할 것"이라며 유럽, 일본 등과 함께 한국을 언급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위한 '안보 청구서'도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과의 종전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알리며, "서명식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면 기뢰 제거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몇몇 국가에서 함정 한두 척을 이곳에 배치하는 건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진행 중인 지난 3월, 한국을 포함한 5개국에 군함 파견을 압박한 바 있다. 오는 17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리는 G7(주요7개국) 정상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건수요에 기업 참여 가능성 열어둬…"소해함은 현실성 떨어져"

브리핑하는 박일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정부는 '이란 재건기금'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참여 요청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박일 대변인은 16일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는 중동 지역의 재건 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걸프국가들이 역내 안정을 위해 기금 조성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참여 범위가 유럽과 아시아로 넓혀질지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후 중동지역의 재건 수요가 높아진 만큼 우리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을 닫진 않는 분위기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의 경우, 그간 정부가 여러 차례 '역할'을 언급한 만큼 구체적인 기여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도 종전 협상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이 지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며 필요한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미국이 제시한 해양 자유 연합(MFC)이나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국적군 참여 여부를 검토해 왔다. 다만 기뢰제거를 위한 소해함 파견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준비와 이동 시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국방연구원 유지훈 연구위원은 "미국의 요청이 있더라도 한국이 소해함 전력을 보내겠다는 직접적인 답변을 즉각 제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에 분포된 기뢰 유형 및 현황에 대한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확약하는 것은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화 작전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외교적 수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국이 주도하거나 국제사회가 주도하는 연합전력의 일환으로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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