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일 동안 기만"…송전선로 입지선정위 재개에 주민 반발

절차 중단 선언 후 달라진 것 없어…"선거용 시간 벌기"

최근 충남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손에 '송전철탑 결사반대'라고 적힌 팻말이 들려 있다. 김정남 기자

초고압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 절차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전국 27개 초고압 송전선로 사업의 입지 선정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43일 만인 오는 19일, 입지선정위원회가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대전송전탑백지화대책위가 17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무것도 없다"며 환경부 규탄에 나섰다.

전국대책위와 지역 주민대책위가 함께하는 공식 협의체와 사회적 공론화 절차 등을 문제 삼은 대책위는 "주민들이 요구한 것은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회적 논의 구조였는데, 정부가 보여준 것은 선별된 만남과 보여 주기 식 소통이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김 장관이 주민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민주적 절차를 재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서도 43일이 지나도록 장관이 한 것은 일부 입지선정위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가 사실상 전부였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절차 중단 선언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서 입지선정위원회 관련 절차가 계속 진행됐다고도 지적한 대책위는 "한국전력공사의 후속 절차 역시 중단되고 통제됐어야 했지만, 어떤 것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장관 설명회(브리핑) 자리에서 한국전력이 보고한 대안 노선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대안 노선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요구한 것은 사업 자체의 재검토와 절차의 원점 재설계였는데, 이를 노선 조정 요구로 왜곡해 갈등의 본질을 흐리려 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절차 중단 선언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관리하기 위한 시간 벌기였다는 비판도 거두지 않은 대책위는 "지난 6월 12일 장관 측에 입장을 물었으나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며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 문제가 단순히 어느 마을로 선로를 돌릴 것인가의 다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수도권 집중 산업정책의 부담을 왜 지방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는지, 반도체 산단을 처음부터 재검토하는 것은 왜 불가능한지,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우선 소비하는 방식은 왜 없는지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민 없는 에너지 정책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며, 공동체의 희생 위에 세워진 국가 정책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입지선정위원회 절차의 즉각 중단과 주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 개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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