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끝나고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소비 개선과 임금 상승 등으로 소비자 물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이 17일 밝혔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앞으로 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한은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진전됐지만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 특히 국제 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정상화되면서 낮아지겠지만, 인프라 복구 등으로 하락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기자설명회 모두발언에서 "에너지 공급망이 중동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국제유가가 안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고유가 영향이 에너지뿐 아니라 여타 다른 품목으로도 파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 측면에서 경기 개선 흐름은 점차 강화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정보기술(IT) 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소득·자산 여건 개선의 영향이 커지면서 소비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은 하반기 이후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최근 일부 IT 업종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임금 인상 움직임이 향후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물가 압력이 추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업종의 이례적인 성과급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하면서 공급·수요 측 물가 압력이 모두 유의미하게 커질 수 있다는게 한은 설명이다.
신 총재는 생활물가 상승과 관련해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20% 넘게 상승했고, 근원 물가도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면서 "특히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오름세를 보이면서 저소득층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내외, 근원물가 상승률을 2% 중후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높아진 비용 측 가격 인상 압력이 석유류 이외 품목으로 점차 파급될 것으로 봤다.
한은은 내년에도 수요 측 압력이 점차 커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모두 목표 수준(2.0%)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 총재는 "한은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물가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