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70대 마라토너 신행철…기자가 따라갈 수 있을까?[페이스메이커]

[러닝 고수를 찾아서…'70대 세계 1위' 신행철①]
1955년생 만 71세…풀코스 성적 '2시간 54분 10초'
전 세계 70대 중 최고 기록…매일 새벽 5시부터 훈련
'러닝 괴물' 모인 목마교 회원…젊은 러너들과도 견줄 실력
한국 마라톤 '리빙 레전드' 신행철 고수와 함께 달리며 인터뷰

'70대 세계 1위 마라토너' 신행철 고수. 이우섭 기자

한국에 '월드클래스' 마라토너가 있다.

전 세계 70대 중 가장 빠른 마라토너, 1955년생 신행철 고수(高手)가 그 주인공이다. 신 고수는 올해 3월 열린 '2026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 54분 10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끊었다.

세계 기록을 새로 썼다. 해당 연령대 종전 기록은 2022년 벨기에 마스마라톤에서 네덜란드의 요 스쿤브루트가 세운 종전 기록 2시간 54분 19초였다.

하지만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신 고수는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한 모습으로 러너로서의 뚜렷한 목표를 전했다.

'페이스메이커'는 신 고수와 함께 달리며, 70대 세계 1위 마라토너의 '러닝 철학'을 들어봤다.

목마교 회원들은 새벽 5시가 되기도 전부터 모여 러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우섭 기자

6월 어느 날 새벽 4시 30분, 서울 목동종합운동장.

아직 동이 트기 전인 이른 시간이지만, 문도 열리지 않은 운동장 주변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른바 '러닝 괴물'들만 가입할 수 있다는 목동마라톤교실(목마교) 회원들이다.

목마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풀코스 기준 남성 3시간 30분 이내, 여성 3시간 45분 이내 기록을 보유해야 한다. 웬만한 실력으로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직 육상 국가대표 출신 노유연 코치, 러닝 인플루언서 임바 등도 목마교 회원이다.

신 고수는 목마교의 '큰 형님'이다. 하지만 실력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선두에 서서 그룹을 이끌기도 한다. 신 고수는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기 전 담담하게 말했다.

"훈련은 항상 힘들어요. 그래도 끝날 때까지 계속 뛰어야 '오늘 하루 시작이 좋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날 훈련 거리는 16.10㎞, 453m짜리 트랙을 총 35바퀴 도는 일정이었다. 신 고수와 기자가 속한 그룹은 초반 6~7바퀴를 4분 40~50초 페이스로 몸을 푼 뒤, 마지막에는 4분 20초대까지 점차 속도를 끌어올렸다.

'70대 세계 1위' 마라토너 신행철 고수가 훈련 중이다. 이우섭 기자

1시간 13분 28초 동안 진행된 훈련. 세계 기록 보유자라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만 뛸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1시간을 넘어서면 '옆으로 빠질까, 말까' 고민도 해요."

하지만 결코 멈추는 일은 없다. 단 한 번도 신 고수는 대열에서 이탈해 쉰 적 없다.

"동료들과 발맞춰 뛰니까 계속 뛰게 됩니다. 오늘 훈련을 잘 끝내야 하루 시작이 좋다는 느낌이 들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뛰게 되죠."

50대 중반에 마라톤을 시작한 신 고수는 지금까지 총 14차례 '서브3'(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 기록을 세웠다. 서브3는 수많은 러너 평생 한 번 이루기를 꿈꾸는 목표다. 신 고수는 만 71세의 나이에 이 기록을 세운 것도 모자라, 세계 신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그 비결은 단연 '꾸준함'이다.

"끊임없이 반복하면 '좋은 러너'가 될 수 있어요. 지겹도록 꾸준해야 합니다. 꾸준하게 하지 못하면, 이 운동의 즐거움을 느끼기가 어려워요. 달리기를 통해서 마음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저처럼 70대가 돼서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해당 홈페이지 캡처

뛰던 도중 '신 고수가 최전성기의 나이와 신체를 가졌다면?'이라는 궁금증이 머릿속을 스쳤다. 신 고수는 질문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일부 해외 마라톤 사이트에서는 '나이 보정 시스템'을 제공한다. 현재 나이를 고려해 전성기 기록을 추정하는 방식이다. 신 고수의 현재 나이와 풀코스 성적을 기입하고 계산한 결과, 2시간 6분 54초라는 놀라운 기록이 책정됐다. 현재 한국 마라톤 최고 기록은 2000년 도쿄 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세운 2시간 7분 20초다.

하지만 신 고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20대 때는 이 정도로 잘 뛰지 못했어요. 그때도 잘 뛰었으면 스카우트도 되고, 올림픽도 나갔겠죠. (이 기록은) 재미로만 보는 게 맞아요. 50년 전에 이 정도 기록을 냈으면 '신인류'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외려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포장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 기록 보유자임에도, 담담하고 겸손한 답변을 이어 나갔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늦게 핀 꽃이라는 것이다.

"봄에 피는 꽃은 여름에 집니다. 여름에 피는 꽃도 있고 가을, 겨울에 피는 꽃도 있어요. 저는 가을에 잠깐 피었다가 지는 꽃일 뿐입니다."

달리고 있는 신행철 고수의 뒷모습. 이우섭 기자

최근 한국에 불고 있는 러닝 열풍에 대해서는 뿌듯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달리기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입니다. 체코의 올림픽 육상 메달리스트 에밀 자토펙이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는 말'을 했어요. 새와 물고기가 본능적으로 날고, 헤엄치듯이 인간은 본능적으로 달리는 거죠. 러닝 붐은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어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확산하면 좋겠어요."


특히 젊은 세대가 운동을 즐기는 문화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제가 젊었을 때는 운동하는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어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 젊은 분들 보면 얼마나 건전한지 몰라요. 아침 일찍부터 운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젊은 세대에 정말 배울 점이 많아요."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뛰며 작성했습니다.

어느덧 훈련이 마무리됐다. 신 고수는 '늘 하던 대로' 후배 러너들과 발맞춰 뛰며 모든 훈련을 소화했다. 기자도 목마교의 훈련을 시작부터 끝까지 이탈하지 않고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신 고수는 훈련을 미룬 적이 없다. 늘 하던 대로 새벽 운동장으로 향한다.

힘들어도 한 바퀴 더 뛰고, 그만두고 싶은 순간에도 발걸음을 이어간다. 그렇게 반복된 하루들이 세계 기록으로 이어졌다.

"지겹도록 꾸준해야 합니다."

70대 세계 1위 마라토너가 전한 조언은 의외로 단순하다. 오래 달리는 비결은 특별한 훈련법이 아니다. 그저 오늘도 묵묵하게 러닝화 끈을 묶는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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