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원청 정규직 노조의 파업 절차 돌입과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권 인정이라는 미증유의 이중 리스크에 직면했다. 반도체발(發) 이익연동 성과급 요구와 새로운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맞물리며 리스크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원청의 성과급 투쟁에 하청 노조까지 가세한 이중전선이 펼쳐지면서 올해 하반기 산업계 전반에 극심한 노사 분규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과급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함께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發 성과급 잔치에…파업 초읽기 들어간 현대차 노조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사측과의 12차 교섭을 끝으로 결렬을 선언 후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행위 조정을 신청했다. 이달 2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고 쟁의 찬반 여부를 정한다. 중노위가 노사 조율이 어렵다고 보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전체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 이상 찬성표가 나오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앞서 현대차 노조 측은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상여금 800% 지급, 그리고 지난해 순이익의 30%(약 3조 원) 규모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연계해 정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노사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일괄 제시가 없다. 교섭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은 "성과급 관련 상법 개정이 진행되고 있고 주주 보호 규정이 강회되고 있다"며 "성과급 논란 이슈가 반복되면 외부 시선이 따가워진다"고 난색을 표한 상태다.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올해 실적이 악화하고 있고 내수 시장도 좋지 않아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조5146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30.8% 감소했다. 더욱이 내수 침체의 여파로 지난달 국내 시장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23.1% 급감하면서 사측의 위기감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하청 노조 교섭권 일단 인정…법정 공방 늪에 빠질라
하청 노조가 교섭 당사자 지위를 얻은 것 역시 현대차그룹의 노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하청 노조 10개 지회 조합원 들이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을 인정했다. 구내식당, 보안, 판매대리점 업무 종사자까지 하청업체 사주가 아닌 현대차그룹과 교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사측이 판정을 수용할 경우 계열사 전반으로 하청 교섭 요구가 도미노처럼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다음달 중 판정문이 공개되면 중노위에 재심 신청을 거쳐 향후 행정소송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노사 모두 진흙탕 빠지지 않으려면…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재계가 성과급 공유와 노란봉투법이라는 전례없는 두 가지 노사 갈등 요인에 직면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성과급과 관련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원청과 더불어 하청 노조까지 성과급 공유를 요구하면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노사 모두 극심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조는 원청과 하청 사이 성과급 공유를 놓고 노노(勞勞) 갈등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사측은 파업이 현실화하면 생산 차질에 따른 경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정부는 '영업이익 N% 성과급'과 관련해 '주주총회 승인 의무화' 카드를 꺼내 든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업 초과이윤 배분 논란과 관련해 "노동자의 기여도 있고 회사 투자자의 몫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업이익에 성과급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교섭을 이어갈 경우 노사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통상적인 격려금은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되 과도한 이익 분배 요구는 포함하지 않는 등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너스(격려금)는 교섭 대상이지만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 된다"며 "연봉 수준 이상으로 영업이익을 요구하는, 과도한 요구가 문제가 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하는 게 정부의 고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