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쇄 50% 축소' 지침, 중앙선관위 보고도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 '의안대장' 입수
'50% 하한' 변경안 보고 기록 전혀 없어
선관위 "확인 불가"…위원들은 대답 피해
진상규명위 "노태악, 선거 이후 축소안 인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노 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과천=박종민 기자

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한을 50%로 줄인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지침 변경안이 정작 중앙선관위에는 보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해당 지침 변경을 몰랐다고 밝힌 가운데 나머지 비상임 선관위원들도 이 같은 내용을 몰랐을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전대미문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인쇄 비율 50%' 축소에 대한 결정 과정은 향후 국정조사와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등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할 대목이다.
 
18일 CBS노컷뉴스는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중앙선관위 의안대장'(2017년 1월부터 2026년 6월 1일까지)에 따르면, 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한을 50%로 축소하는 안건이 단 한 차례도 논의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안대장은 모든 중앙선관위 회의 안건이 기록되는 문건이다. 선관위원들의 의결을 통해 결정해야 할 사항은 '의결사항'으로, 위원들에게 보고돼야 할 사항은 '보고사항'으로 의안대장에 올라간다.

더 큰 문제는 이번 6·3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직전까지 이번에 만들어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에 대한 보고 안건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2023년 9월 18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종합관리지침'은 보고사항으로 올라간 적이 있었던 점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에 대한 보고는 미비했다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 중 일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 제공

제9회 지방선거 관리지침에는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예상 사전투표율 및 최근 선거의 투표율 등을 감안해 축소 인쇄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위원회 의결로 선거인수 50%(하한)를 기준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50% 하한' 기준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전례 없는 조치였는데, 이 자체 판단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선관위 책임론도 더욱 거세졌다. (관련 기사: [단독]'본투표 50%' 지침 첫 도입, 용지 대란 트리거였다)
선거와 관련된 굵직한 사안들이 중앙선관위에 보고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공식 투표함 대신 플라스틱 소쿠리 등을 사용하며 '소쿠리 투표'라는 오명을 얻었던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에도 사전투표 관리대책이 노정희 당시 중앙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들에게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입수한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당시 부실관리가 "선관위 인사운영과 내부 소통 문제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또 "특별관리대책은 사무총장 전결로, 수정대책은 선거국장 전결로 처리·시행했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위원회의에 보고해 시행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관리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중 일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 제공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한 50% 축소 관련 보고가 선관위원장이나 위원들에게 올라간 적이 없는 것이 맞는지' 묻는 CBS노컷뉴스 질문에 "확인해 보겠다"고 답하고 몇 시간 뒤 돌연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또 CBS노컷뉴스가 연락한 노 전 위원장과 선관위원들은 모두 "대답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피하거나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중앙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 조현욱 위원장은 전날 6차 회의를 열고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매수 축소'(50% 하한)에 대해 (노태악)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지침 시행 전에 보고 받은 바가 없다고 회신했다"며 "(노 전 위원장은) 이번 사태 발생 후에 투표용지 인쇄축소 지침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다만 "상임위원은 보고를 받았으며 지침은 사무총장이 전결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또 노 전 위원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서울시선관위로부터 보고받지 않았던 것으로도 발표됐다. 조 위원장은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서울시선관위로부터 보고 받지 않았다"며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그와 동시에 상임위원과 사무총장 등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단독]보고 체계 먹통…투표 끝날 때서야 상황 파악한 선관위) 
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투표용지 50% 하향 결정이 중앙선관위 보고사항에도 오르지 않았고, 위원장조차 언론을 통해 알았다면 이는 명백한 위원회 패싱"이라며 "국민의 투표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항이 위원회에 보고·점검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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